해외 뻗는 롯데·신라, 체질 변화 신세계…불붙은 '면세점 왕좌의 게임'

롯데면세점은 올해 말 베트남 다낭시내점을 추가로 오픈하며 해외 매장 수를 14개로 늘린다.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높여 오는 2020년 해외 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올린다는 목표다. /롯데면세점 제공

롯데·신라 해외 진출 박차, 신세계 문화공간으로 성장 도모

[더팩트|한예주 기자] 면세 업계 왕좌를 두고 국내 '빅3'(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면세점이 나름의 방식으로 경영 전략를 재편하며 경쟁력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1, 2위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해외로 눈을 돌려 영역 확장에 나섰고, 3위 신세계면세점은 면세품 판매공간에서 문화 예술공간으로 변모하며 고객들의 발길 잡기에 나섰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가운데 롯데(4조4332억 원), 신라(2조9701억 원), 신세계(2조930억 원) 등 국내 '빅3' 면세점의 매출은 모두 9조4963억 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하는 모양새지만, 이들이 받아든 경영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년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매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는 데다 높아진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 의존도 탓에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 수수료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실제 이익은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 면세점 영업손실률은 2016년 0.8% 2017년 2.2%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면서 3.1%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업체 간 과열 경쟁이 지속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면세업계 1, 2위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나란히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최근 롯데면세점이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자로 선정되자 신라면세점은 세계 1위 기내면세업체 지분 인수와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점 독자운영으로 반격에 나섰다.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25일 기내면세점 업체 쓰리식스티 지분 44%를 사들인지 일주일 만에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상업시설 사업권 입찰에서 최종 사업자를 따냈다. /신라면세점 제공

해외 시장을 타킷으로 한 이들의 경영 전략은 진행형이다. 201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면세점과 미국 괌공항점에 진출한 롯데면세점은 2014년부터 일본 간사이공항과 긴자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올해 역시 지난 1월 오세아니아 지역 5개 지점과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 공항점을 오픈하는 등 해외 사업 영역 확장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올해 말 베트남 다낭시내점을 추가 오픈하면 롯데면세점의 해외 매장은 14개로 늘어난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해외 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올린다는 목표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창이공항점 운영권 획득은 '트래블 리테일 글로벌 1위'라는 비전 달성의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도 해외 신규 시장 진출 가속화를 통해 한국 면세점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상업시설 사업권 입찰에서 최종 사업자를 따냈다. 지난달 25일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업체 '쓰리식스티'(3Sixty) 지분 44%를 인수한지 일주일 만이다.

신라면세점은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점 전체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북쪽'(North Side) 권역 1122㎡(약 339평)를 오는 2024년 11월까지 5년간 운영하게 됐다.

지난 2014년부터 홍콩 소재 면세업체인 스카이 커넥션과 합작사를 설립해 마카오공항 면세점을 운영해 온 신라면세점은 이번 신규 사업자 입찰에 호텔신라가 단독으로 참여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업권을 획득한 권역은 모든 면세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자유 영업 구역으로 5년간 총 6억 달러(70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면세점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있다. 이 사장은 30여 년간 쌓아 온 면세점 운영 능력과 노하우를 발판 삼아 해외 면세사업 확장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시작으로 꾸준히 해외 시작에 진출해 현재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마카오 국제공항, 태국 푸껫 시내면세점,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 등 총 5곳의 해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면세점 사업자 중 가장 많은 해외 매출 실적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시내와 공항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장 수를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해외 면세점 진출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면세점 제공

신세계그룹의 면세 사업을 총하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색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면세업계 후발주자인 신세계면세점을 단기간에 '빅3'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면세업계 내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정 총괄사장은 면세점을 단순히 쇼핑을 하는 공간을 넘어 문화와 체험을 한 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데 집중했다.

신세계면세점은 한국적이며 수준 높은 공방을 엄선해 공예품 편집매장을 선보였고, 유명 해외 작가의 대형 예술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는 영업면적당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품을 빼곡히 채워넣는 기존 면세점의 전시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적 변화로 이어졌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영업 첫해인 2016년만 해도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7년 145억 원 흑자를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도 36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매출액도 2조2000억 원에 육박한다.

시내와 공항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장을 빠르게 늘린 신세계면세점은 중장기적으로 해외 면세점 진출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면세사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인식이 커져 면세점들이 해외시장에 힘을 싣고 있다"며 "빅3 면세점은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속도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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