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복심' 권오갑 현대重 부회장, 회장으로 승진…과제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2년 여간 공석이던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서울 세종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권 부회장의 모습. /더팩트 DB

실적 회복·대우조선 인수 등 과제…오너 정기선 부사장은 인사 제외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복심인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2년여간 공석이던 그룹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사실상 그룹의 1인자 자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당면 과제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드시 성사하기 위한 리더십 강화 차원이라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9일 권오갑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발령하는 등 임원 총 74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회장으로 선임된 권오갑 부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영업부로 입사해 런던지사, 학교재단 사무국장, 현대중공업스포츠 사장, 서울사무소장, 현대오일뱅크 초대 사장 등을 거쳐 2014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및 그룹 기획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2018년에는 현대중공업지주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으며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또한 권 부회장은 그룹 오너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권 부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지낸 정 이사장을 도와 현대학원 축구단 창단과 운영 등에 관여하고 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 단장직도 수행하며 한국 축구 발전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현재에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겸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권 부회장의 성과로는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시장 위상 제고가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오랜 기간 동안 불황 터널을 이어가던 한국 조선산업이 지난해 전세계 총 수주액과 수주 물량에서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1위를 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초에는 산업은행과 조선업계 '빅딜'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인수 합의 후 세계 1, 2위 조선사의 합병을 통해 한국 조선산업의 위상을 굳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향후 기술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경기도 판교 GRC(글로벌 R&D센터) 설립도 권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GRC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매출액 대비 기술 개발 투자 비중을 세계선진기업 수준인 6~7%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을 목표로 계획된 연구 시설이다. GRC에서 근무하는 인력만 신규 채용 등을 포함해 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2021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첫 삽 뜨기를 준비하고 있다.

회장으로 승진발령된 권오갑 부회장의 최대 당면 과제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작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로 꼽힌다. 사진은 권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올해 3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수익성 회복과 대우조선 인수는 과제

그러나 이날 사실상 그룹 1인자에 오른 권 부회장에게도 과제가 남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적이 악화됐다는 점과 당면 과제인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불확실성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현대중공업지주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5300억 원, 영업이익 219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1.1% 감소에 그쳤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3% 급감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선부문에서 견고한 실적을 이어갔으나 미중 무역분쟁과 유가 하락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따라 정유부문에서 매출이 감소했고 국내외 전력시장 위축으로 인한 현대일렉트릭의 부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현대건설기계의 판매량 감소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결합 심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도 초미의 관심사로 꼽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와 일본,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5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카자흐스탄이 승인을 알렸지만 아직 일본, 중국, 싱가포르, 유럽연합(EU)의 승인이 남아 있다.

문제는 이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최근 국제 정서에서 한국과 관계가 악화된 일본과 7년 만에 조선업 1위 국가 타이틀을 내준 중국에서 곧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아직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조선 '빅딜'을 구조조정 우려 등 이유로 극렬히 반대하며 공정위에 의견서를 제출한 두 노조의 목소리도 신경쓰이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그룹의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더욱 확고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며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서 권오갑 회장이 그 역할에 더욱 충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몽준 이사장의 복심인 권오갑 부회장은 그룹 회장으로 승진한 가운데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이번 인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사진은 정몽준 이사장이 올해 3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8주기를 하루 앞두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이덕인 기자

한편 이날 인사에서는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이름이 승진자 명단에서 빠져 눈길을 끌었다. 업계는 이날 현대중공업그룹 인사가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대부분 유임됐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대형 과제를 앞두고 그룹의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당장의 변화보다 현 체재 유지를 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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