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4조 원' 광군제 신기록 중 코세페 외면받는 이유는?
[더팩트|이민주 기자] 중국의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가'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 몰이 중이다. 반면, '한국판 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국내 최대 쇼핑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수년째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12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광군제도 신기록으로 시작됐다. 광군제 시작 1분 36초 만에 매출액이 100억 위안(1조6566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금액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2분 5초보다 단축된 시간이다. 500억 위안(8조2830억 원) 돌파 시간도 지난해보다 반 이상 앞당긴 12분 49초였다.
광군제 당일인 11일에는 하루 동안 총 2684억 위안(44조 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25%가 늘어나며 지난해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가게 됐다.
광군제란 중국에서 11월 11일을 뜻하는 말로 '독신절'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빼빼로데이로 알려진 이 날이 싱글들을 위한 날이 된 것은 홀로 서 있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1자가 4개 겹쳐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광군제는 '쌍십일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1993년 난징대학교 학생들이 독신자를 서로 챙겨주기 위해 만든 풍습이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2009년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이날을 마케팅에 활용해 '구매를 즐기는 날'로 선포한 것이 첫 시작이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 오픈마켓 타오바오가 대대적 온라인쇼핑 할인행사를 열고 대성공을 거두자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잇따라 광군제 행사에 동참하며 어느덧 전 세계 규모의 쇼핑 행사로 자리 잡았다.
반면 국내 쇼핑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는 올해 늘어난 참가기업 수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큼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세페는 매년 연말을 시점으로 소비 진작과 내수 활성화 유도를 목표로 개최되는 대규모 세일 행사다. 정부 주도로 지난 2015년 최초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달고 열렸으며 이후 코세페로 이름을 바꿔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코세페 추진 위원회, 민간주도로 준비됐다. 체질 개선에 나선 코세페는 행사 전부터 백화점 업체들과 갈등이 불거지는 등 곳곳에서 잡음이 일었다. (2019년 11월 2일 자 <[코리아세일페스타①] "코세페가 뭔가요?"···대형 마트, 축제 분위기 '글쎄'> 기사 내용 참조)
업계 안팎에서는 코세페의 저조한 흥행 배경과 관련해 "행사를 주도하는 주체가 다른 탓에 홍보 방식이나 할인 폭 등에서 차이가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군제의 경우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와 티엔마오(티몰)의 주도하에 중국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이 참여한다. 그러나 코세페의 경우 최초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주도로 시작됐다. 올해부터 민간 주도로 바뀌었지만 협회 사람들을 중심으로 추진 위원회가 만들어져 업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식으로 행사가 준비됐다.
홍보나 진행 방식을 두고도 아쉬운 평가가 나온다. 행사 진행이 곧 자신들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만큼 알리바바는 광군제 홍보와 진행을 위해 파격적인 투자를 한다. 알리바바는 행사 전일인 10일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전야제 공연을 열었으며 여기에는 미국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일본 성우 하나자와 카나 등이 참여했다.
아울러 온라인 업체 중심의 행사이기 때문에 생긴 광군제의 또 다른 특징도 흥행에 한몫을 한다. 광군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판매액을 알리는 대형 스크린일 정도인 만큼 광군제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행사 진행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행사 분위기 고조에 활용할 뿐 아니라 판매 방송도 진행하면서 직접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실제 이날 알리바바 플랫폼에서는 수만 건의 판매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다.
이 가운데 코세페를 둘러싸고 매년 불거지는 '무늬만 세일'이라는 오명도 흥행 참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50% 안팎의 신상품 할인을 진행하며 최대 90%까지 재고떨이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코세페 할인율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10~30%, 재고떨이라 할지라도 50% 수준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세페의 경우 올해까지 기간도 정해지지 않고 되려 준비 과정에서 잡음이 이는 덕에 올해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벌써 올해로 5년째를 맞이했으나 여전히 코세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태반"이라며 "민관 주도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는 세일 행사를 만들고서는 참여하라고 하니 어떻게 행사가 잘 준비되겠냐. 매년 달라지는 행사날도 인식 저하의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결국 소비자들을 끌어올 요인은 할인율이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데 사지 않을 이유가 있겠냐"며 "다만 국내의 경우 유통 구조상 직매입 상품 비중이 10%로 마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할인율을 높게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는 한 코세페 흥행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상황에 맞는 할인 행사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