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R&D 모터쇼, 신차·신기술의 향연
[더팩트 | 화성=서재근 기자] '텔루라이드', '라페스타', '씨드', '리오' 등 이름만으로는 생소한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대표 선수들이 국내 무대에서 멋진 태(態)를 뽐내고, 절개 면을 드러낸 다양한 친환경차 사이로 수소전기차 '넥쏘'가 미세먼지를 걸러 청정 공기를 배출하는 '마법'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굵직한 국제 모터쇼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열리는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 CES를 연상하게 하는 광경이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펼쳐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에서 '현대기아차 R&D(연구개발) 모터쇼(이하 R&D 모터쇼)'를 진행한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한 R&D 모터쇼는 고객들에게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하고, 협력사와 공감대 형성을 통한 R&D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매년 시행되는 행사다.
'미래를 함께하는 R&D,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형 차량(절개차 포함)을 비롯해 독일과 일본, 미국 등 글로벌 경쟁사 주력 차종 등 100여 대가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행사 둘째 날인 7일 오전 10시, 남양연구소 정문 옆에 있는 방문객 전용 주차장은 이미 만차 상태였다. 두세 바퀴를 돌고서야 간신히 차를 대고 행사장 입구로 발걸음을 옮기자 곳곳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입구에 들어서자 '현대·기아·제네시스 R&D 모터쇼 2019'라는 글귀가 적힌 거대한 현수막 아래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현대차의 최초 수소전기차 '넥쏘'의 미세먼지 공기정화 시연을 보기 위해서다.
미세먼지를 머금은 매연이 시연을 위해 별도로 설치된 관을 따라 '넥쏘'에 설치된 공기 필터와 막 가습기를 거치자 이내 맑은 공기로 탈바꿈한 채 밖으로 배출된다. 실제 주행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공기필터→막 가습기→기체확산층'을 거쳐 정화하는 과정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거대한 공기주머니를 통해 재연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반응하는 산소를 공기 중에서 얻는다. '넥쏘'는 주행만으로도 이 같은 3단계 공기정화 시스템을 통해 미세먼지와 탄소 등 이물질을 제고한 공기를 사용하고 배출함으로써 대기 오염을 막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넥쏘'는 1시간 주행으로 26.9㎏의 공기를 정화한다. 이는 몸무게 64kg인 성인 42.6명이 한 시간 동안 호흡할 수 있는 양으로 '넥쏘' 10만 대가 2시간 주행하면 성인 35만5000명이 하루 동안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정화되는 셈이다. 현대차는 최근 1km 주행으로 4.863kg의 공기 정화가 가능한 고속형 경찰 수소전기버스를 선보이는 등 승용에서 상용차에 이르기까지 기술 영역을 넓히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연 현장 앞으로는 기아차의 전기차 모델 '쏘울 EV'와 북미 전용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 현대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의 절개차를 비롯해 신형 '쏘나타'부터 적용된 현대기아차의 3세대 플랫폼 등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일상에서 소비자들이 보고 만질 수 없었던 자동차의 '속살'을 살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날 행사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단연 '해외 전용 존'이었다. 지난 2018년 10월 중국 전략형 모델로 탄생한 준중형 스포티 세단 '라페스타'를 비롯해 해치백의 성지로 불리는 유럽 시장에서 당당히 베스트셀링 대열에 오른 기아차의 '씨드', 러시아에서 '국민차' 타이틀을 거머쥔 '리오' 등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해외 전용 모델로부터 느껴지는 신선함과 호기심에 많은 관람객들은 가는 걸음을 멈췄다.
특히, 국내 출시 여부를 두고 여전히 갖가지 추측이 이어지고 있는 '텔루라이드'는 말 그대로 인기스타였다. 행사장을 찾은 협력사 관계자는 물론 현대기아차 직원들과 일반 관람객에 이르기까지 북미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친 '기함'의 자태를 살피기 위해 줄을 서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행사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텔루라이드'가 전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라며 "TV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모델을 직접 눈으로 보니 신기하다. 디자인에 관한 평가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판매하면 당장에라도 계약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텔루라이드'는 지난 2016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콘셉트카 버전이 공개된 이후 북미 시장에서 월평균 5000~6000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흥행 카드'로 자리매김했지만, 국내에서는 '모하비'가 대형 SUV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눈에 띄었다. 특히, 신형 플랫폼 전시 구역 뒤편에 마련된 '군용 존'에서는 소형전술차량과 신형 군용 중형트럭 2종 등 3대의 군용 차량이 위용을 뽐내며 전시장 현장을 마치 전쟁 영화의 세트장으로 바꿔 놓았다. 기아차는 군이 오는 2024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부터 5년간 약 177억 원을 투자, 운용 중인 2.5t과 5t 군용 표준차량을 대체하고 5t 방탄 차량을 신규 개발하는 대규모 군 개발용역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넥쏘'에 현대차 최초로 탑재돼 눈길을 끌었던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뿐 아니라, 하차한 상태에서도 주차와 출차를 자동으로 지원) 시스템' 체험 및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 역시 관람객들의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협력사 임직원들과 일반 관람객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물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라며 "앞으로도 협력사와 상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술협력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현대기아차가 확보한 R&D 역량과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가까이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 채널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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