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퇴출 가속화…업계·소비자 '불만'

29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담배가판대에는 액상형 전자담배 카트리지 칸이 비어있었다. /정소양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 사실상 '퇴출'…일반담배 회귀 우려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가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가운데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퇴출당하고 있다. 향후 판매량 감소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담배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시작된 액상형 전자담배 공급·판매 중단 움직임이 면세점 업계로까지 확산됐다. 업계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처가 잇따라 사라지며 사실상 '퇴출'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4일 GS25와 이마트가 일부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의 카트리지(팟)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으며, 25일 CU, 26일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29일에는 미니스톱이 추가 공급 중단에 가세하며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실상 편의점 업계에서 퇴출당한 상황이다. 29일 <더팩트>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일부 편의점은 담배가판대에서 이미 액상형 전자담배 카트리지를 제외하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에 이어 지난 28일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면세점업계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신규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시장 퇴출이 기정사실화되자 담배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한 전자담배 소매점 관계자는 <더팩트>에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게 문을 닫아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도환 한국전자담배협회장은 "일부 소매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직원을 해고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며 "점주 홀로 근무해도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전자담배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질병관리본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기 권고 조치를 취한 후 전자담배 소매점들의 매출은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 역시 7월 430만포드에서 8월 270만포드, 9월280만포드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시장 퇴출이 기정사실화되자 담배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소매점에서 판매 중인 액상 전자담배의 모습./정소양 기자

편의점 점주들도 재고 처리, 매출 하락 등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점주는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담배는 반품이 안된다"며 "현재 판매는 가능하지만, 소비자들이 찾지 않아 재고 처리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점주 역시 "판매는 가능하지만, 고객들이 액상 전자담배를 살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매출에도 영향을 느끼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이다.

영등포구 편의점에서 만난 흡연자 한 모씨(31, 남)는 "평소 액상형(전자담배)을 피우지는 않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근거가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액상형을 피우다 다시 궐련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많다. 궐련이 오히려 몸에 더 안좋은 것 아닌가. 궐련은 왜 문제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소 쥴을 사용한다는 흡연자 이 모씨(29, 여)는 "누가 담배가 몸에 해로운지 모르고 피우냐"며 "연남동이나 세로수길 등 쥴스토어까지 가기에는 시간이나 거리상 무리가 있다. 그동안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했었는데 이제는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불편함을 느낀다. 미리 많이 사놔야하나 생각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중지 관련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국민청원 게시물에는 '대한민국은 어째서 전자담배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아닌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으며 29일 현재 1만8600명이 넘는 시민이 동의한 상태다. 이외에도 '액상형 전자담배 대처 강력 "지시" 이유가 무엇인지 ,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사용자입장에서 묻고싶습니다', '전자담배 에 관한 확실한 정보제공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라면' 등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된 청원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관련 청원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사진 속 청원은 29일 12시 기준 1만8717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정확한 연구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선제적 조치'를 취한 정부와 유통업계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다. 모든 담배는 유해하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식약처의 액상형 전자담배 내 유해성분 분석 발표는 11월이 되어야 나온다고 알고 있다. 아직 액상형 전자담배가 더 '유해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사용중단 권고' 조치를 내린 정부도, 정부 방침에 따라 선제적 조치를 취한 유통업계도 섣부른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오히려 이러한 선제적 조치가 '국민적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 가운데 쥴랩스코리아, KT&G 등 담배업계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쥴랩스코리아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가향 제품이 성인 흡연자들이 일반 담배에서 대안 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최적의 대안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소매점을 비롯한 유통 및 무역 파트너들과의 협력 관계가 중요함을 인지하고 있다. GS25 관계자들을 포함해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현재 정부 당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해 조사중인 것으로 알고있다"며 "조사결과, 정부의 정책방향이 결정되면 이에 성실히 따르겠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액상형 전자담배에 중증 폐질환 유발 위험이 있다며 유해성 검증 전까지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아동·청소년과 임산부, 호흡기질환자, 비흡연자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이 담배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르고 국내에서도 폐손상 의심신고가 접수되자 민관합동 조사팀을 구성한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유해성 검증을 마칠 예정이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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