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백화점 업계, 차별화 전략으로 소비자 취향 정조준

백화점업계가 리빙관과 체험관을 강화하며 체질변화에 힘을 쓰고 있다. /더팩트 DB

리빙관·콘텐츠 공간 강화로 온라인시장 '맞대결'

[더팩트|한예주 기자] 백화점 업계가 앞다퉈 체질변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홈퍼니싱(집 꾸미기)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고려해 리빙(living)관을 확대하고, 매장 내부를 단순한 쇼핑공간만이 아닌 콘텐츠 체험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등 소비자 맞춤형 차별화 전략으로 모객효과를 높여 치열해지고 있는 유통 채널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영등포점 B관 2~6층의 5개 층을 생활전문관으로 새 단장했다. 기존 생활 매장의 매장 면적을 70%가량 늘려 약 4958㎡(약 1500평)의 생활전문관으로 꾸몄다. 영등포점이 리뉴얼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매장 구조도 차별화했다. 명확한 기준 없이 브랜드별로 진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의 주거 형태인 아파트 구조에 맞춰 공간을 재구성했다. 입점 브랜드도 상권 최대 규모인 90여 개로 기존 대비 40% 늘렸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자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자신만의 공간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신세계백화점의 생활 장르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2015년 4.9%에서 2018년 11.3%로 3년 만에 2배 이상 올랐다. 올해 9월까지 생활 부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5%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이번에 10년 만에 리뉴얼에 들어가 리빙관을 특화시켰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달 리뉴얼한 명동 본점 리빙 매장을 공개한 데 이어 다음 달 중순에는 강남점에 '더콘란샵' 오픈을 앞두고 있다. 영국의 럭셔리 리빙 편집매장인 더콘란샵이 국내에 들어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뉴얼 작업 이후 본점 리빙관의 매출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년 대비 42.9% 신장,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매장들에 대한 고객 반응이 뜨거운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백화점은 가장 최근 재개장한 천호점을 통해 총 5300㎡ 규모 초대형 리빙 홈퍼니싱 전문관을 열었다. 이 리빙관의 매출 신장률은 작년 1월 이후 월평균 30%를 넘겼다. 현대백화점 리빙 상품군은 2016년 14.5%, 2017년 11.9% , 2018년 18.3% 등 3년째 두 자릿수 신장세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리빙관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리빙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 원에서 2017년 13조7000억 원으로 10년 새 껑충 뛰었다. 업계에서는 2023년에 1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문객을 늘리기 위한 백화점업계의 마케팅 수단도 다양해졌다.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 트렌드가 점차 변화되면서 오프라인 채널 기반인 백화점들이 '체험'을 강조한 매장 구성으로 생존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뉴욕과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팝아티스트 듀오인 크랙&칼과 손잡고 '미국 전시회' 등을 개최한다. 전국 점포의 디스플레이와 매장 색상, 테마 등을 독특한 색감과 패턴으로 꾸며내는 등 문화예술분야와 호흡하며 의미를 더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9월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하이앤드(High-End) 미술품 매장 '벨라뮈제'를 열었다. '벨라뮈제'는 아름다운 미술관이란 뜻의 프랑스어로 오는 11월 30일까지 팝업 매장으로 운영된다. 고가 미술품 전시를 넘어 판매까지 나서며 상위 1% 고객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후랭키 배 화백의 컬렉션 5점이 약 5000만 달러에 계약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고객 반응을 토대로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등 일부 점포에 정식 매장으로 선보일 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있는 고급 미술품 매장 벨라뮈제 /롯데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1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21일간 무역센터점에서 국내 유명 현대미술 작가들과 함께 '순간을 조각에 담다'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전시회 기간 백화점 곳곳을 조각·설치예술·미디어 아트 등 100여 점의 현대미술 작품으로 꾸민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목동점, 미아점, 대구점, 충청점 등 8개 점포에서 '갤러리 H'를 운영하면서 매년 150회 정도의 크고 작은 미술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판교점 5층에는 기업이 만든 국내 첫 어린이 대상 정부등록 1종 미술관인 '현대어린이책미술관'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현재 센텀시티점, 광주신세계, 대구신세계 등 3개 점포에서 갤러리 운영해 미술 작품을 전시 중이다. 한국 회화의 거장 김환기 등 유명 작품전시는 물론 크리스티, 옥션별과 같은 유명 미술품 경매프리뷰 행사, 피카소, 로이 리히텐슈타인 & 앤디 워홀전 등을 선보여 이목이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의 변화 바람은 온라인 쇼핑에 밀려 고객들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많이 조성된 결과"라며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콘텐츠를 지속해서 선보여 고객에게 차별화 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집객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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