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쿠쿠 정수기 '물 냄새' 결함, 배째라식 대응 논란…"10만 원 내야 회수"

쿠쿠홈시스의 배째라식 소비자 민원 대응이 논란이다. 쿠쿠 정수기 렌탈 고객은 정수기 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자, 쿠쿠 측은 철거비를 지불해야 기계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사진은 문제가 된 정수기. /이민주 기자

렌탈 고객, 기계상 하자 주장…쿠쿠 "물 냄새는 하자 아냐"

[더팩트|이민주 기자] "정수기를 렌탈해놓고 쓰지도 못 해 생수를 사 마시고 있습니다. 기계 결함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니 10만 원을 내야 기계를 가져가겠다고 합니다."(쿠쿠 정수기 렌탈 고객 A씨)

쿠쿠홈시스(쿠쿠) 정수기를 렌탈한 소비자가 물에서 원인 모를 냄새 결함으로 제대로 이용도 못 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것도 모자라 대여 회사 측의 '배째라식' 대응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쿠쿠홈시스의 정수기 물 냄새 결함은 비단 이 소비자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다수가 고통을 호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쿠쿠 측은 물 냄새는 주관적인 사항으로 기계 결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1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계약 해지를 해주겠다고 주장한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0일 경기도 소재 한 사업장에서 쿠쿠 정수기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A씨를 만났다. A씨는 지난 2일 사무실에서 쿠쿠 정수기 렌탈 계약을 체결했다. A씨가 계약한 모델은 얼음냉온정수기(모델명 CP-H503SW)로 지난 2017년 출시된 제품이다. A씨는 계약일로부터 60개월 동안 매달 렌탈비 3만6900원을 내기로 했다.

같은 날 기계를 받은 후 하루 동안은 제품을 문제없이 사용했으나 이튿날부터 정수기 물에서 원인 모를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A씨는 "새로 설치한 정수기 물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 처음에는 내가 예민한 것인가 생각했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 모두 물에서 냄새가 난다며 마시길 거부했다"며 "한 직원은 물에서 나는 냄새를 '약 냄새'라고 표현하며 토기가 올라온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곧장 A씨는 쿠쿠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제품 수리를 의뢰했다. 수리기사가 기계를 점검하고 수리를 진행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했으나 다시 물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이후 설치기사, 서비스센터 직원이 방문해 필터를 교체하고 수통을 세척하는 등 총 세 차례 수리를 진행했으나 물에서 나는 냄새는 여전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B씨는 "수리기사가 온 후 괜찮아졌는지 알았다. 그런데 기사가 돌아간 뒤 한 시간 지나서 다시 물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며 "이 기계를 쓰기 직전까지도 같은 위치에서 정수기를 사용했으나 지난 2년간 물에서 냄새가 나는 일은 없었다. 새 정수기를 들였는데 물을 먹지도 못하고 사 먹는 신세"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A씨는 정수기 렌탈 계약 체결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제공한 계약서에는 계약 체결 날짜와 서명이 공란으로 돼 있다. /A씨 제공

결국 A씨는 정수기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철회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부터 난관이었다. 정수기를 계약한 대리점과 쿠쿠 본사는 해지와 관련해서 서로에게 연락하라며 응대를 미루기 바빴으며 결국 본사와 연락이 닿아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본사 측은 해지를 위해서는 소모품비 10만 원을 물어야 기계를 가져가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거기에 계약 체결일로부터 14일이 지날 경우 위약금까지 물어야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기계 하자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10만 원을 내야 해지해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거기다 계약일로부터 14일이 지나면 위약금까지 내야한다고 하더라. 수리기사도 제품의 하자를 인정하고 기계 교체를 권했지만 본사는 '하자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며 물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하자가 아니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약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정수기를 계약한 대리점은 A씨에게 계약 내용에 대한 설명 없이 계약서만 전달하고 갔다. A씨가 공개한 계약서에는 계약 날짜와 사인 부분이 공란으로 비어있었다.

A씨는 주변에 쿠쿠정수기를 이용하는 다른 지인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며 물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기계의 결함임을 강조했다. 같은 기종의 쿠쿠정수기를 렌탈해 사용하고 있는 A씨의 지인 역시 물에서 냄새가 나는 증상을 겪었다. 쿠쿠 영업소를 운영하는 점장 C씨도 지난달 해당 모델을 렌탈한 고객이 물에서 냄새가 난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실제 온라인상에도 쿠쿠 정수기 물맛과 냄새를 지적하는 후기 글이 다수다. '쿠쿠 정수기 냄새'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많은 글이 나온다. 아이디 hong****을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청라지역 육아커뮤니티에 '쿠쿠정수기 소독약? 냄새요'라는 글을 통해 "냄새가 너무 심해 냉수는 도저히...(마실 수 없다)"라며 "가족과 친척은 다 냄새가 심하다고 하는데 (수리)기사는 나지 않는다고 한다. (계약을) 해지하고 싶은데 위약금이 너무 많다.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글에는 동의를 표하는 댓글이 다수 달리기도 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댓글을 통해 "쿠쿠 3년 쓰니까 하수구물마냥 썩은 내가 나더라"(jun25****), "저희 집도 냄새난다. 쿠쿠에 문의해봐야겠다"(mm011****)고 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쿠쿠 정수기 물에서 냄새가 나는 결함을 지적하는 후기를 볼 수 있다. /검색 페이지 캡처

쿠쿠 측은 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은 고객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제품 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결국 제품 하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철수비(소모품비)를 물고 약정을 해지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쿠쿠 관계자는 "쿠쿠 정수기 필터 자체에 화학약품이 들어가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약품 냄새 내지 약 냄새가 나냐?"며 "물 냄새, 맛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제품 하자라고 볼 수 없다. 제품 하자는 보통 기계적인 결함을 말한다. 고객 개인변심에 따라 렌탈 계약을 해지, 제품을 철거하는 경우 철거비용을 지불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객이 물에서 냄새가 난다고 민원을 제기할 경우 필터를 갈아보는 등으로 처리를 한 후 그래도 불만이 있을 경우 본사에서 처리를 논의해야 하며 이 경우 철거비를 부과할지 말지에 대한 부분은 미리 정해놓은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라며 "물맛이 이상하다는 주장만 가지고 무상으로 철거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고객의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쿠쿠의 이 같은 대처를 비상식적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하자라 하더라도 수리기사 및 손님 등 다수가 동일한 증상이 있다고 증언할 경우 제품 하자로 인정하고 이에 합당한 조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물에서 냄새가 나는 경우도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에서 냄새가 나는 것으로 인정될 경우 제품 하자에 따른 철거로 보고 소모품비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계약서에 사인이 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계약서 상에 서명이 없고 계약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공정거래위원회 '정수기 임대차 표준약관' 6조에 따라 소비자가 청약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며 "14일 이내 소비자가 철회를 요구했고, 소비자의 책임으로 정수기가 멸실 또는 훼손된 것이 아니라면 정수기 철거 및 운반에 필요한 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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