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불매운동 100일] '일본산 맥주' 외면…옛 명성 회복 불능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일본산 맥주의 수입액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사진은 14일 서울 잠실동에 위치한 롯데마트 주류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맥주를 고르고 있다. /정소양 기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서 촉발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진행된 지 100일을 넘어섰다. 유니클로 본사인 일본 기업 임원의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발언과는 달리 '일본 불매운동'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인기 제품에서 '안 사고, 안 입고, 안 먹는' 제품으로 낙인찍히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찬밥신세로 전락한 일본산 제품은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더팩트>에서는 직격탄을 맞은 일본산 제품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떠한 모습으로 있는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9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 전년 동월比 99.9% 감소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나오며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촉발된 지 100일을 넘어선 가운데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일본산 맥주는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14일 서울 잠실동에 위치한 롯데마트를 찾았다. 롯데마트 주류 코너에는 다양한 국산 맥주, 수입 맥주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아사히·기린이치방·드래프트 등 '일본산 맥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산 맥주가 진열대의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눈에 띄는 곳에 놓여져 있었다.

일본산 맥주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편의점 3곳을 방문한 결과 맥주 진열대에는 소비자들의 눈에 쉽게 띄는 중앙에 일본산 맥주가 위치해있었다.

반면 맥주 진열대에 일본산 맥주가 놓여있는 것과는 달리 소비자들은 일본산 맥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에서 만난 한 소비자 A 씨는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수출규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아직까지 일본산 맥주를 사는 건 조금 꺼려져서 국산 맥주나 다른 수입 맥주를 사는 편이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맥주 진열대에서 기린이치방·오키나와 드래프트 등 일본산 맥주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소양 기자

소비자 B 씨 역시 "일본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진열대에 일본 맥주가 있는 것을 보고도 별로 손이 가지 않는다"며 "요새는 가격 측면으로도 일본 맥주가 비싸기 때문에 잘 고르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불매운동이 끝나더라도 일본산 맥주를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편의점에서 만난 소비자 C 씨는 일본산 맥주 불매운동에 대해 "불매운동이 끝나더라도 일본산 제품(맥주)을 구매할 생각은 별로 없다"며 "맥주 같은 경우는 대체품도 많아서(구매할 필요가 없다). 일본에서는 애초에 한국산 제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가 없는 구조로 알고 있다. 우리는 일본산 제품을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 같아 이번 일을 계기로 나 스스로라도 덜 의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대체로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실제로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국가별 맥주 수입액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일본산 맥주는 지난 7월 3위로, 지난 8월 13위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수입액은 6000달러(약 700만 원)로, 이는 전년 대비 99.9% 감소한 수치다. 업계는 이를 사실상 수입 중단으로 평가 내리고 있다.

국내 편의점들이 4캔에 1만 원으로 묶음 판매하던 맥주 할인 행사에서 일본산 맥주를 제외했다. /정소양 기자

특히, 씨유(CU)·세븐일레븐·GS25·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들이 '4캔에 1만 원'으로 묶음 판매하던 맥주 할인 행사에서 일본산 맥주를 제외한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할인 행사에서 빠지면 경쟁품 대비 가격경쟁력이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CU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맥주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맥주 판매량의 30% 정도였으나, 할인행사에서 제외된 8월에는 2.8%, 9월에는 1.5%로 감소했다. 수입 맥주 판매량 순위도 1위에서 11위로 하락했다.

대형마트 역시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 내) 일본 맥주 매출은 달을 거듭할수록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7월 일본 맥주 판매량은 80.4%, 8월 94.2%, 9월은 96%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산 맥주 불매운동이 지속될수록 일본산 맥주를 수입하는 수입업체의 맥주 재고와 실적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본산 맥주를 수입하는 수입업체의 경우 발주를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등 사업이 사실상 멈춘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의 경우 직원들의 무급휴가 사용이나 마케팅 활동 중단 등 비용을 줄이며 버티고 있다.

업계는 일본 맥주가 시장에서 불매운동 전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음료·주류 진열대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정소양 기자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산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 수입 맥주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롯데아사히주류는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현재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삿포로·에비스 등을 수입·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의 전 직원 65명은 8월부터 주 1회씩 무급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일반 직원을 포함해 임원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으로, 수입 물량 역시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일본 맥주가 시장에서 불매운동 전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맥주는 국산 제품도 품질 경쟁력이 높고, 일본산 외에도 좋은 수입 맥주들이 많다"라며 "불매운동이 진정되더라도 일본 맥주와 화장품이 위상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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