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언행일치' 리더십 "끊임없이 혁신하겠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무려 13조 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를 공언하며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확실한 1등'을 자신한 지 5개월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혁신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경영 기조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0일 충남 아산 탕정 사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진행하고, 오는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에 13조1000억 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치러진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때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추진하는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2019년 4월 30일 자 <이재용 부회장 '끌고' 정부 '밀고'···"파운드리 세계 1위 도약"> 기사 내용 참조) 그는 "세계경기가 둔화하고 여러 불확실성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흔들리지 않고 차세대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외부의 추격이 빨라질수록, 도전이 거세질수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속드렸듯이 차세대 핵심 대형 디스플레이에만 13조 원 이상의 투자를 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인의 소임을 다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 그리고 디스플레이 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통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라며 사람과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 계획 실행 이후 기존 8세대 LCD 라인을 단계별로 'QD' 라인으로 전환, 오는 2025년 아산1캠퍼스에 세계 최초로 'QD 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라인' 구축을 완료할 경우 약 8만1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 큰' 투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계에서는 5개월여 만에 성사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라는 상징성보다 확연하게 달라진 이 부회장의 역할과 리더십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4년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이후 사실상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 자리에 오른 이 부회장은 글로벌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수합병(M&A)을 비롯한 굵직한 현안에 관한 의사결정을 주관하는 역할을 맡았다. 각 사업 및 계열사별 실무는 해체 전까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과 각 사업 부문 전문경영인(CEO)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지난해까지 공식 석상에서 그룹의 대표 자격으로 발언대에 선 이 부회장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 역시 이 같은 경영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그러나 긴 경영 공백으로 신규투자가 단절된 데 이어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 전례 없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위기감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이 부회장의 행보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2월 경영 복귀 이후 그룹 재정비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AI)과 차세대이동통신(5G), 바이오, 자동차 전자장비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을 축으로 미래 신사업에 대한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같은 해 8월 이를 기반으로 하는 180조 원 규모의 투자안을 내놨다.
이 부회장이 제시한 투자 계획은 구체화작업을 거쳐 실행으로 옮겨졌다. 이날 13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 플랜 역시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장 경영의 연장선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도 "지금 LCD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며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보여준 변화는 정부와 경제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긍정적인 효과로도 이어졌다. 이 부회장이 올해 들어 문 대통령과 만난 횟수는 지난 1월 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를 비롯해 7차례에 달한다.
지난 4월 문 대통령이 제시한 시스템반도체 육성 비전은 정부와 삼성 간 협력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 및 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은 이 부회장이 발표한 133조 규모의 '반도체 비전 2030'과 맥을 같이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이 부회장은 투자를 줄이는 식의 소극적 대응이 아닌 적극적인 신규투자와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에 힘을 쏟는 등 '정공법'을 선택했다"라며 "이 같은 리더십은 단순히 내부 사기를 진작하는 효과를 넘어 삼성의 글로벌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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