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기오염 순위가 125위?…'청정 마케팅' 펼친 기업 불만 왜

호주의 대기오염 상태를 평가한 보고서를 둘러싸고 업계에서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남호주에 위치한 애들레이드 힐즈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사실과 무관함. /호주 관광청 홈페이지 캡처

EPI 보고서 "호주 '대기질' 1위·대기오염 125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청정 국가로 잘 알려진 호주가 대기오염 부문에서 180개국 중 125위라는 낮은 순위를 기록한 보고서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 보고서를 인용해 호주가 심각한 '대기오염 국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호주의 청정 이미지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보고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해 '2018 환경성과지수(EPI)' 보고서를 발표했다. 환경성과지수는 미국 예일대 환경법·정책센터와 컬럼비아대 국제지구과학정보센터가 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각 나라의 대기질, 위생,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수자원, 농업 등 환경보건과 생태계 지속성 관련 분야 실태와 개선 노력에 점수와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2년마다 세계경제포럼 개막에 맞춰 발표된다.

EPI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대기질(Air Quaility)' 부문에서 180개국 중 세계 1위를 기록한 반면에 '대기오염(Air Pollution)' 부문에서는 125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해당 보고서의 '대기오염' 부문 순위를 인용해 호주의 대기오염 상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호주의 토양 오염도나 농작물 생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기오염' 부문에서 평가 대상 180개 나라 가운데 세계 125위를 기록하는 등 오염물질 배출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보고서의 단면만 보고 해석한 것으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과 대립한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지난 2018년 1월 23일(현지시간) 발표된 2018 환경성과지수(EPI)의 국가별 호주 평가 표이다. 호주는 180개 나라 중 대기질 부문에서는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대기오염 부문에서는 125위를 기록했다. / EPI 홈페이지 캡처

<더팩트>가 EPI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 부문 순위는 오롯이 대기오염의 절대적인 수치만으로 순위를 평가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해당 보고서는 대기오염 부문의 순위를 각 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얼마나 오염물질을 배출했고, 이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을 평가했다.

즉, 호주가 공기오염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이 곧 공기오염이 심한 국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호주의 경우 공기오염정도에 대한 절대적 수치로 순위를 나누는 '대기질(Air Quaility)' 순위에서는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대기질'은 가정용 고체연료사용, PM2.5 평균 노출, PM2.5 초과 등 3가지 지표로 나눠진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친환경 국가로 익히 알려진 캐나다와 노르웨이의 경우 해당 보고서의 대기질 순위는 각각 4위, 11위를 기록한 반면, 대기오염 순위는 110위, 160위를 기록했다. 반면 대기오염 부문 62위의 순위를 기록한 중국은 대기질 부문에서 177위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호주의 청정성을 무기로 마케팅을 펼쳐온 기업들은 앞선 호주가 심각한 대기오염 국가라는 주장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출시한 맥주 '테라'는 호주의 골든트라이앵글(AGT) 지역에서 생산된 맥아를 사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초미세먼지 시대, 그냥 맥아로도 만들 맥주였다면 지구 반대편까지 가지도 않았다"라는 멘트를 앞세워 테라를 '청정 맥주'로 광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해당 보고서에서 대기질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통해 순위 평가를 메긴다"며 "대기오염 부문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환경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호주가 125위를 기록했다고 해서 그 나라의 대기 상황이 심각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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