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전경련 '패싱' 흑역사 지우고 '재계 맏형' 위상 찾을까

25일 서울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경련·더불어민주당 주요 기업 현안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전경련 4연임 허창수 회장 리더십 기대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재계 '맏형'격인 국내 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적폐' 꼬리표를 떼지 못한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전경련이 최근 재계와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찾아가며 위상을 조금씩 회복하는 분위기다.

전경련은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주요 기업 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당에서는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민병두 정무위원장, 신경민 민주당 제6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최운열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전현희·서형수·김한정·김병욱·김병관·강훈식 의원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GS, 한화 등 주요 그룹 부사장급 인사가 자리했다.

이날 간담회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전경련에 대한 정부·여당의 기조가 변화했을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전경련은 정부·여당으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아왔다. 한때 '재계 맏형'으로 불리며 기업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전경련은 지난 2016년 극우 보수단체의 자금 지원 의혹이 불거진 것을 기점으로 최순실 씨에 대한 대기업 자금 지원 통로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잇달아 회원사에서 탈퇴, 영향력이 급격히 줄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정부 주관 경제단체 참석 행사에서 배제되는 등 '전경련 패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집권 여당이 전경련을 공식적으로 방문해 간담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0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수출규제 관련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 지 한 달 만이다. 전경련과 정치권의 만남이 재개되자 일각에서는 과거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향후에도 경제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 의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경련이 과거 위상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팩트 DB

물론 전경련의 위상이 빠르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실제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임 후 다른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열었지만, 전경련은 찾지 않았다. 적폐 세력으로 규정된 이후 눈에 띄는 체질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은 데다 아직 국민의 이익보다는 재벌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인식이 강해 위상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경련 입장에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한일 관계'다. 앞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경제단체 중 가장 많은 일본 민간 네트워크를 보유한 전경련의 역할이 주목받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여당과의 '해빙 무드'를 잘 유지하려면 최대 이슈인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한 전경련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며 "'왜 전경련이 필요한가'에 대한 적극적인 교류 활동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4연임 중인 허창수 회장의 리더십에 거는 기대도 덩달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과의 스킨십이 단순 일회성 행사로 막을 내리지 않고 이어지려면 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데다 장기적으로 '전경련 부활'의 핵심 과제인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기업의 복귀를 이끌어내려면 재계 안팎 허창수 회장의 영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11월 예정된 '한일 재계회의'를 성공리에 마쳐야 한다. '한일 재계회의'는 전경련과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이 참여하는 민간 회의다. 한일 관계가 악화돼 7년 동안 추진되지 않았지만, 일본 내 주요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허창수 회장이 지난 2014년 부활시켰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한국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하는 등 한일 관계가 극도로 얼어붙은 현시점에서 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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