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신지훈·이성락·이진하·이한림·최수진·지예은·정소양·이민주·이지선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서민형 안심대출, 보금자리론 고객은 불가…'역차별' 논란도
[더팩트|정리=이민주 기자] 부쩍 쌀쌀해진 공기가 가을을 실감케 하는 한 주였습니다. 이 기간 경제계 각 분야에서는 다양한 이슈가 터져 나왔습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며 새로운 광고대행사를 만든 명인제약의 행태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급기야 명인제약이 새로 만든 '명애드컴'이 기존 광고대행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의 간판만 바꿔 단 채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IT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TV 공방'이 난타전 양상으로 번졌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주 출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조건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국내 농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식품업계는 분주히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먼저 명인제약과 자회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죠.
◆ 굳게 닫힌 '메디커뮤니케이션' 사무실…명애드컴과 전화번호도 같아
-이가탄으로 유명한 명인제약 자회사인 광고대행업체 '명애드컴'이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의 두 딸이 보유한 회사 '메디커뮤니케이션'에서 간판만 바꾼 곳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데요. 자세히 좀 취재 얘기를 들어볼까요.
-네, 올 4분기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명인제약은 지난 3월 19일 광고 대행 계열사인 '명애드컴'을 설립했는데요. 이 회사는 명인제약이 100% 출자한 회사로 지난 4월 1일부터 명인제약의 모든 광고물 제작과 광고대행 등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메디커뮤니케이션과 명애드컴 두 회사가 같은 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두 회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메디빌딩'에 입주해 있습니다. 이곳의 5층과 6층은 각각 명애드컴과 메디커뮤니케이션이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요. 취재를 해보니 6층 사무실은 비어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메디빌딩은 지난 2014년 11월 메디커뮤니케이션이 매입한 빌딩입니다.
-어떤 대목에서 사무실이 비어있는 공간이라고 추정하시는 건가요?
-취재진은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해당 빌딩을 방문해 지켜보았지만, 메디커뮤니케이션 사무실이 있어야 할 6층의 불은 영업시간 내내 켜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6층은 문도 굳게 닫혀있는 반면, 명애드컴 사무실은 직원들이 한참 업무를 보느라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증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부동산 관계 업자는 "6층은 건물주(메디커뮤니케이션)가 사용 중"이라면서도 "현재 비어있기 때문에 활용을 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계약 조건만 맞는다면 해당 층의 임대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지역 관계자 역시 "메디빌딩에서 비어있는 층은 2층, 3층, 6층인데 6층은 간판만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두 회사가 5층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 6층 사무실이 비어있는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명애드컴 관계자는 "직원들이 출장을 가서 잠시 사무실이 닫혀있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두 회사는 같은 회사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다가왔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면 시원스레 해명해주면 좋을 텐데 '둘러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아이러니하게도 메디커뮤니케이션 수장이었던 문기홍 전 대표는 지난 3월 29일 대표직을 사임하고, 명애드컴의 대표직에 취임한 상태입니다. 또한 메디커뮤니케이션과 명애드컴은 사무실 전화번호도 같은 번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가 같은 회사로 보인다는 의혹은 짙어져 가는 것으로 보이네요. 굳이 메디커뮤니케이션이 명애드컴으로 간판만 바꿔 달고 일할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요.
-명인제약은 그동안 법적 규제를 피하는 선에서 이행명 회장의 두 딸이 지분을 100% 갖고 있는 메디커뮤니케이션에 일감을 팍팍 몰아주면서 편법 증여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현행법상 특수관계법인에 일감 몰아주는 것은 '변칙적인 재산 이전' 형태로 여겨져 규제되고 있지만, 이는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에만 해당돼 명인제약의 경우 법적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서 이번에 '일감 몰아주기'를 끊었다고 내세우기 위해 자회사를 새로 설립한 뒤 광고대행 업무를 명애드컴에 전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명인제약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네요.
◆ 삼성·LG 'TV 전쟁' 확전 양상…"추가 대응 가능성 충분"
-IT 업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TV 공방'이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두 회사가 무엇 때문에 비방전도 불사하는지 들어보도록 하죠.
-사실 두 회사 간 TV 화면 기술 관련 신경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QLED TV 진영과 OLED TV 진영을 각각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TV 시장 주도권을 놓고 늘 부딪쳐 왔죠.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10월 '알아두면 쓸모있는 TV 상식, 번인 현상 왜 생기는 걸까'라는 뉴스룸 게시물을 통해 LG전자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보다 한 달 전쯤에는 OLED TV의 잔상 문제를 지적하는 1분 43초 분량 유튜브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삼성전자가 OLED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을 놓고 '이례적 비방'이라는 평가가 나왔죠. 타사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른데요. 사실상 정면충돌 국면입니다. LG전자는 지난 19일 "QLED TV는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인데, 삼성이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는데요. 이에 삼성전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아닌 소모적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소비자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공세 수위를 최고로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8K TV 시장의 성장세가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주도권 싸움이죠.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QLED 8K를 출시했고, LG전자는 지난 7월 OLED 8K를 내놓았습니다.
-이번 'TV 전쟁'의 선공은 LG전자가 날렸는데요.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 8K TV에 대해 "가짜 8K"라고 도발했죠. 지난 17일에는 국내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열고 공개적으로 QLED 8K TV를 문제 삼았는데요. 당시 LG전자는 별이 보이는 우주 영상을 QLED 8K TV와 OLED 4K TV에서 동시에 재생한 뒤 "삼성 TV는 별빛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화질 선명도(CM)가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 기준인 50%에 크게 미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LG전자의 공세가 거세지자 대응을 자제했던 삼성전자도 '8K 화질 설명회'를 열고 "CM 값이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한 측정 방식이라며 선명도의 잣대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죠. 이후 LG전자가 공정위에 허위과장 광고 신고서까지 제출하면서 두 회사 간 'TV 전쟁'이 확전 일로를 걷고 있네요.
-그렇군요. 추가 공격 가능성도 제기되던데요.
-맞습니다. 업계에서는 최근 가장 바쁜 부서가 두 회사의 법무팀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두 회사는 법무팀을 중심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대응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최근 사내 변호사 충원에 나섰다고 하네요.
-추가 대응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 쪽으로 시선이 쏠립니다. 순서로만 따지면 삼성전자 차례이기 때문이죠.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추후 법정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삼성전자도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 나흘 만에 약 10조 원 모인 서민형 안심대출, 일각에선 조건 '논란'
-서민들을 위한 정책 모기지 상품인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모집 나흘 만에 10조 원 가까운 신청 금액이 모였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소식을 들어볼까요?
-말씀하신 대로 정부가 가계 부채 절감 정책으로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1%대 고정금리로 파격적인 금리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신청을 시작한 지난 16일에는 유일한 온라인 창구였던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 접속자가 폭주하기도 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 상품의 총대출 한도는 얼마인가요?
-정부는 20조 원 규모로 이번 전환 대출을 실시할 방침입니다. 이 상품은 기존에 변동금리나 준고정형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해서 개별 한도도 5억 원으로 제한됐습니다. 그 가운데 나흘 만에 총한도의 절반인 10조 원에 가까운 금액이 신청되면서 그 관심도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첫날에는 잠시 흥행 부진 우려도 제기됐던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초반에는 지난 2015년에 출시된 1차 안심전환대출과 비교했을 때 다소 수요가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1차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첫날 오후 6시 기준으로 3조3036억 원을 모았지만 이번에 시행된 안심전환대출은 오후 4시 기준으로 8337억 원가량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청 기간이 2주로 길기 때문에 초반에 물량이 집중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신청 닷새째인 20일에는 총 13조9000억 원이 모였죠.
-한편으로는 이번 상품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고 하더군요?
-네.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부부 합산 연 소득 8500만 원 이하가 대상입니다. 신혼부부 및 2자녀 이상 가구는 1억 원까지 인정을 받을 수 있고요. 또 1주택자에만 해당하고, 주택 가격은 9억 원 미만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정책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 대출 등 고정금리 장기 대출상품 이용자는 이 전환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 두 상품을 이용하는 대상자들은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디딤돌 대출) 등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대상보다 더 소득이 적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기존 정책 모기지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충분히 서민을 위한 상품이다"라고 밝혔다고요?
-그렇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조건이 상한선이고, 신청자 중 가장 낮은 소득요건을 보유한 신청자부터 가려서 선정하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8일 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 기준으로 신청한 대출액은 평균 1억 원으로 이 정도면 평균 서민 대출액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군요. 은 위원장이 기존 정책상품 이용자들을 위한 부담 경감 방안도 고민해보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 어떤 대책이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벌벌' 떠는 식품업계…'대책 고심'
-이번 주 경기도 파주와 연천의 돼지농가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내려지며 식품업계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죠.
-네, 폐사율이 100%에 치료약도 없어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ASF가 국내에서 발생하자 소비자들과 관련업계가 불안에 떨었습니다. ASF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돼지고기 가격은 곧바로 요동쳤는데요. 확진 사실이 발표된 지난 17일 전국 14개 주요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는 kg당 6062원으로 전날(4558원)보다 32.9% 급증했습니다. 18일에는 kg당 6201원으로 전날 보다 올랐다가 19일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이 해지됨에 따라 경매가 재개되며 돼지고기 가격은 소폭 하락한 kg당 5828원에 마감됐습니다.
-ASF 의심 농가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얼마간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네요. 통조림햄 등에도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식품업계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요.
-식품업계는 지금 당장에는 비축분이 있어 가격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스팸과 비비고 만두 등으로 유명한 CJ제일제당은 중국 등 해외 ASF 전파 사례를 보면서 사전에 미리 물량을 비축해놓았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비축량은 공개할 수 없지만 향후 몇 개월 간은 스팸 등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전혀 문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제품에 들어가는 국산 돈육과 수입 돈육 비율을 조정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CJ제일제당은 스팸에 들어가는 국산과 수입 돈육 비율이 현재 2대8 수준이지만 돼지고기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 수입 돈육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20일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북한과 중국에서 ASF가 발병하며 국내에도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돈육 물량을 미리 비축해뒀다"며 "과거에도 수입산 돼지고기 수급이 어려워지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산 돈육 비율을 올리는 등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햄 제품인 '그릭슈바인'을 제조하는 SPC삼립도 제품에 들어가는 수입 돈육 비율을 늘리기 위해 수입 돈육 거래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햄 제조업체 대상도 ASF 사태가 악화할 경우 국산 돈육을 수입산 돈육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식품업계가 더욱 우려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육가공 제품을 기피하지는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아무리 괜찮다고는 해도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꺼릴 수 있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육가공 산업이 침체하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렇군요. 방역 당국이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농가와 유통업계가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