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민간 회사 수장 임기 만료 예정
[더팩트|이지선 기자] 올해 연말에는 금융권 수장들의 대거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을 비롯해 여러 민간 금융회사 수장 임기도 줄줄이 만료되는 만큼 인사태풍이 몰아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수출입은행장 인선을 시작으로 국책은행 및 민간 금융사 수장까지 임기 만료가 줄줄이 다가온다. 가장 먼저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의 자리에 대해서는 이미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에 이어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까지 배출한 상황이라 차기 수출입은행장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주로 기재부 출신이 그동안 역임했던 자리인 만큼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이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어 허인 KB국민은행장도 오는 11월 20일 임기가 끝난다. 업계에서는 허 행장이 임기를 1년 더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은행장들이 기본 2년의 임기에 1년은 더 수행하는 관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허 행장이 올해 초 노조와의 분쟁도 결국 잘 수습한데다 양호한 실적도 거둬 연임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또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허 행장에 디지털 부문장을 맡기면서 그룹 디지털 전략을 이끌도록 하는 등 신망이 두터워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오는 12월 27일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선 김 행장이 좋은 경영성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전 정부에서 선임된 인사라는 점, 그간 기업은행장 연임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임기 만료 한참 전인 지난 6월부터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장 후보로 기재부 고위 관료나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단행한 개각에서 여러 잡음이 발생했던 만큼 정부가 이번 인사에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김도진 행장 뿐 아니라 직전의 권선주 전 행장, 그 전의 조준희 전 행장까지 세명이 모두 내부출신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부행장과 계열사 사장단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오는 12월 31일로 임기가 끝난다. 이 행장도 농협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사와는 달리 계열사 사장단 임기를 1년으로 정했다. 이 행장은 이에 지난해 한 차례 연임이 돼 3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농협은행장이 그간 3연임을 한 사례가 없고,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내부적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교체될 확률이 크다는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이 행장 취임 이후 안정적인 경영을 이끌고 있는데다 최대실적까지 끌어낸 만큼 연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오는 23일로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임기가 연장됐다. 케이뱅크가 현재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지배구조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심 행장이 남은 임기 동안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정상화를 이끌어 낸다면 임기가 더 연장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심 행장 뿐 아니라 그를 행장으로 내세운 KT에도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통상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는 만큼 연말부터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우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을 이끌면서 지난해 말 잠시 KB금융에 내줬던 '리딩금융지주' 지위를 찾았다. 그런 한편 글로벌 전략과 비은행 강화 정책을 착실히 수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다만 채용비리 관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올해 말로 예상돼 선고 내용에 따라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내년 3월 주주총회 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행장과 회장을 겸임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 작업을 이끌고 우리카드와 종금까지 지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사실상 남은 작업을 다 끝마친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는 시선이 우세했다. 다만 최근 은행권 DLS사태 등으로 인해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만약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경영진에도 돌아간다면 지배구조 또한 안개 속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