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 이름표 떼면 '부분' 아닌 '완전' 변경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가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의 상품성 개선 모델 '모하비 더 마스터'를 출시했다. 지난 2016년, 첫 모델 출시 8년 만에 디자인을 가다듬은 '더 뉴 모하비' 출시 이후 3년 만이다.
사촌 격인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비롯해 쌍용자동차의 'G4 렉스턴', 쉐보레 '트래버스' 등 각양각색의 신인들의 가세로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든 대형 SUV 시장에서 '대선배' 격인 '모하비'가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 지난 5일 '모하비 더 마스터'의 운전석에 앉아 인천 영종도에서 경기도 양주까지 왕복 170km 구간을 달려봤다. 3년, 더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상 11년 만의 대대적인 변화인 만큼 충분한 기대를 품고 가속페달을 밟은 지 10여 분이 지났을까. '차량의 구석구석을 살피겠다'는 굳은 의지는 온데 간 데 사라지고, 쾌적하게만 느껴졌던 널찍한 한 통풍 시트에서 나오는 바람이 무색하게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시승 행사가 열렸던 이날 공교롭게도 와이퍼 속도를 가장 빠르게 설정해도 바로 앞에 있는 차량의 번호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의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차체 길이 4.9m, 중량 2.2t에 달하는 제원상 수치만으로도 '행여 빗길에 불안한 제동 성능을 보이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머릿속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앞차의 갑작스러운 제동을 비롯한 돌발 상황은 물론 고속 주행에서도 조금의 밀림 현상 없이 운전자가 요구하는 만큼의 제동력을 구현했다. 최상위 SUV이자 4인 가구 이상의 '패밀리 SUV'로서 손색없는 수준이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역시 되려 시야를 가리는 폭우 덕분에 그 역활과 성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야간 또는 빗길 주행에서 많은 운전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바로 제대로 보이지 않는 차선일 것이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아차는 '모하비 더 마스터'에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l)과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유지 보조(LF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BCA) 등을 기본 적용했다.
지난해 2월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 출시 이후 기아차의 대형 세단 'K9', 준대형 세단 'K7' 페이스리프트,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 대형 SUV '팰리세이드' 등 현대기아차에서 내놓은 신차들에 적용된 반자율 주행 기술은 이미 실용성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 실제 열악한 주행환경에서 성능을 시연한 것은 처음이었다.
차량의 속도를 시속 70km로 설정한 이후 차량의 간격 민감도를 체크하고 핸들에서 손을 떼면 차선 양쪽을 가득 채울 것만 같은 거대한 차체가 차로의 가운데를 따라 스스로 움직였다. 과속 단속 카메라, 현재 속도, 내비게이션 안내 등 주행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 역시 굳이 시선을 계기판과 센터패시아 상단 내비게이션으로 돌리지 않아도 운전석 유리에 비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통해 편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빗물로 가려진 시야 속에서도 HUD의 선명한 해상도가 인상적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을 한 가지 더 꼽자면,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 등 3개의 주행모드다. 사실 이 같은 사양은 최근 출시된 다양한 신차에서 선적용된 만큼 시스템 자체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은 다양한 노면(MUD, SAND, SNOW)의 주행 환경에서도 상황에 적합한 차량 구동력을 발휘하는 '험로 주행 모드(터레인 모드)' 쪽이 더 강했다.
그러나 실제 주행에서 느껴지는 모드별 주행감성 차이는 지금까지 주행한 국내 완성차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특히, 스포츠 모드의 경우 단순히 엔진 사운드에 변화를 준 수준을 넘어 차량의 순간 가속, 중가속 모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 외에 3.0ℓ V6 S2 3.0 디젤 엔진이 구현하는 260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힘은 앞서 기존 모델과 수치 차이가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 조금의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차량의 디자인 부분에 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생김새다. 이미 지난 3월 서울 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 '모하비 마스터피스'와 똑 닮은 외모가 화제를 모은 바 있듯이 큼지막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면과 통일감을 강조한 버티컬 큐브 리어 램프 등은 최상위 모델에 걸맞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웅장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
외관보다 더 반가운 변화는 내부다. 지난 2016년 '더 뉴 모하비' 출시 때에도 나름 세련미를 추구했던 디테일안 외관 변화와 달리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한 올드한 실내 디자인은 '옥에 티'로 기억됐지만, '모하비 더 마스터'에서 그 아쉬움은 모두 사라졌다.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연상하게 하는 퀼팅 나파가죽 시트, 최근 현대기아차의 트렌드를 고스란히 이은 12.3인치 대형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등은 '모하비 마니아'들의 갈증을 없애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고급감'은 경쟁사 모델과 비교해도 한 수 위다.
실내 공간의 경우 기존 모델과 같은 골격을 유지하는 만큼 큰 변화는 없다. 4인 가족 기준 '패밀리 SUV'로서 일상에서 조금의 모자람 없이 레저활동은 물론 화물적재가 가능한 수준이다. 단, 이번 새 모델에는 2열 2인 독립시트를 적용한 6인승이 새로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2열 시트에는 히티드·통풍 시트 기능과 중앙에 각도 조절식 암레스트를 배치하는 등 탑승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켜면 후측방 영상이 계기판 가운데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후측방 카메라(BVM)'의 부재다. 직접 경쟁 모델인 '팰리세이드'는 물론 중형 세단 '쏘나타', 준대형 세단 'K7', 대형 세단 'K9'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중형급 이상 신차에 포함돼 있는 BVM이 최상위 모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특히, 이번 시승 때처럼 시야가 원활하지 않은 기상 조건에서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판매 가격은 ▲플래티넘 트림 4700만 원(이하 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 ▲마스터즈 트림 5160만 원부터다.(※개별소비세 3.5%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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