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전④] 강성부 KCGI 대표, 한진 이어 또 항공업 도전

강성부 KCGI 대표(사진)가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KCGI 제공

올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기업과 경쟁사 인수로 덩치를 키우려는 기업, 수익성만 보고 들어온 재무적 투자자 등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의 목적도 다양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 오너의 투자 성격과 인수 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항공업 기업구조 개선' 내세운 국내 사모펀드 KCGI, 실제 의사는 '물음표'

[더팩트|이지선 기자] 대표적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에 이어 아시아나에도 손을 뻗쳤다. 한진칼 2대 주주로 경영 참여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 받았던 강성부 KCGI 대표가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도 도전장을 내면서 인수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KCGI는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앞서 일찌감치 참전 의사를 밝혔다. 강성부 대표는 지난달 중순 국내 항공산업의 어려운 상황에 공감한다며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KCGI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대표가 지난 2018년 신설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강 대표는 대우증권과 동양증권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채권분석팀장을 거쳐 LK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굵직한 사모펀드 투자를 진행해왔다. 대표적 성과로 한일시멘트와 손잡고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KCGI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를 따서 법인명을 지었다. 이에서 알 수 있듯 기업 승계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자본투자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강성부 대표는 한진그룹 오너가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KCGI는 현재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KCGI는 한진칼 2대 주주로 적극적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KCGI 홈페이지 캡처

KCGI는 올 초부터 한진그룹 오너가에 전면으로 맞서 책임경영을 요구하면서 '행동주의 펀드'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주주제안서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면서 시작된 KCGI의 경영 개입은 법정 소송으로 치달았다. 지난달 8일 KCGI는 한진칼에 대해 단기차입금 1600억 원을 조달해 회사에 이자비용의 손해를 입혔다며 조원태·석태수 대표이사 및 전현직 사외이사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강성부 대표가 항공업 전반을 개선하는데에 관심이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드러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백기사'로 나선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다소 밀리는 형국인 만큼 이 다툼이 경영권을 가지고 기업을 흔들겠다는 게 아니라,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의도를 다시 드러내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역시 오너인 박삼구 회장이 안일하게 경영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강성부 대표가 나선다면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지배구조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하는 KCGI가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게 되면 국내 항공산업 1·2위사의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공 업종 전반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KCGI가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전략적투자자와 손을 잡을지가 인수전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팩트 DB

◆ 전략적 투자자(SI) 없는 인수참여…진정성에 물음표

다만 KCGI가 아직 뚜렷한 전략적투자자(SI·실제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는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한 인수의사가 있는 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간혹 대형 매물에 대한 M&A 시장이 열리면 FI가 시장 분위기 형성을 위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본입찰에서 슬그머니 빠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금호 측이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FI 단독 인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만약 실제 인수 의사가 있다면 SI와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 재매각에 따른 불확실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KCGI가 어떤 전략적 투자자와 손을 잡을지에 따라 인수 의사를 확실히 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앞서 강성부 대표는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항공업을 비롯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러 업종의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성부 대표는 앞서 예비입찰 전 컨소시엄 참여 기업을 발표할 계획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예비입찰 참가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는 아직 어떤 SI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KCGI가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기업 가치는 1조5000억~2조 원으로 예상된다. 지금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를 통째로 매각할 방침을 내세운 만큼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

KCGI가 금융투자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투자금을 모았던 전례가 있지만 2조 원에 가까운 자금 조달까지 가능할지 확신할 수는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KCGI가 최근 한진칼에서도 주주제안을 진행하긴 했지만 실제로 성과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던 만큼 투자금 유치가 어떨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atonce51@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