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노림수?…"진출 용의성 일부 작용"
[더팩트|이민주 기자] 국내 생수시장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농심이 생수 브랜드 '백산수'의 수원지로 중국을 낙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먹는샘물 소매점 판매액은 8315억 원으로 7810억 원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6.5% 증가했다. 지난 2013년 시장 규모가 5476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5년 새 52%가량 늘어난 수치다. 시장에서는 올해 먹는샘물 소매점 판매액 규모가 9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매점 판매분에 온라인 등 다른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양까지 더하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약 1조3600억 원으로 오는 2023년에는 2조 원을 넘길 것이라 전망된다.
국내 생수시장에서 'TOP 3'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업체는 농심을 비롯해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와 '아이시스'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다. 이 가운데 '제주삼다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생수시장의 39.8%를 점유하며 1위를 지키고 있고, '아이시스'(13.2%)와 '백산수'(8.5%)가 뒤를 잇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 브랜드의 '수원지'다. 상위 세 곳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농심만 국내가 아닌 국외에 수원지를 두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삼다수마을'에서만 생산된다. 한라산국립공원에 인접한 산림지대에 있어 오염원이 없는 청정지역이라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화산암반수'인 삼다수는 이 지역 지하 420m 화산암층에 부존하는 지하수를 원수로 사용한다.
'아이시스'는 국내 다양한 지역을 수원지로 삼았다. 아이시스는 충북 청원군, 전북 순창군, 경남 산청군, 경북 청도군, 충북 청주시 등 지역에서 생산 및 유통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이시스가 약알칼리성 천연광천수임을 앞세워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반면 농심은 수원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백산수'의 수원지는 '중국 길림성 안도현 이도진 내두천'이다. 실제로 제품에 수원지와 관련된 설명에도 회사 측은 "백산수가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물이며 해발 670m 청정 원시림 보호구역에서 용출되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라고 표기돼 있다.
농심 측은 중국을 수원지로 선택한 배경과 관련해 "좋은 물을 찾기 위해 세계 각지를 다니며 수원지를 물색했고, 그 결과 백두산 원시림보호구역 내 내두천을 수원지로 결정했다"며 "소비자들에 좋은 물을 제공하겠다는 요인이 수원지 결정에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농심의 독자 노선이 중국 시장 진출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중국 생수시장은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년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중국의 병입수(생수·탄산수) 시장은 245억4470만 달러(26조 원)다. 오는 2021년에는 332억130만 달러(35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농심은 지난 2015년 수원지에서 가까운 동부 대도시(동북3성) 핵심지역을 기점으로 중국 생수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백산수 중국 현지에서 전년 대비 15% 늘어난 2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중국 진출에 용이하다는 점도 수원지 결정에 일부 영향을 줬다"며 "수원지와 공장이 중국 쪽에 있다 보니 중국으로 진출하기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백두산 물이라는 인식을 주고 중국 시장에서는 수원지가 중국인 '국산물'이라는 이미지로 마케팅이 가능하다"며 "또 수원지와 생산공장이 중국에 있다는 점도 상품 유통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