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법선고 D-1] '파기환송=구속수감'…법조계 "'절대공식'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수동적 뇌물로 간주한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 주목, 대법원이 합리적 판단과 더불어 감경 요소를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제공

'운명의 날' 앞둔 삼성, '경우의 수' 촉각…재계 "감경요소 고려해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계 관심이 재판부의 법리해석에 쏠리고 있다.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그룹 수장의 거취가 달라지는 만큼 삼성에서는 재판정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숨을 죽이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재계 안팎에서는 '수동적 뇌물'로 간주한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 주목하면서 대법원이 합리적 판단과 더불어 감경 요소를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 및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사건 상고심을 선고한다. 사실상 '최종 라운드'와 다름없는 이번 재판에서 삼성은 물론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파기 환송' 여부다.

대법원이 2심의 법리 해석을 타당하다고 판단, 판결을 확정하는 '상고 기각' 결정을 내리면 이 부회장의 행보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겠지만, 반대의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이란 상소심 법원이 종국 판결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 사건을 다시 심판하도록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지난해 2월 치러진 이 부회장의 2심 선고 결과에 관해 법리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다시 한번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를 비롯해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5가지다.

이 가운데 삼성과 특검 양측 간 공방이 가장 치열했던 부분은 '특경가법'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횡령금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부회장 1심은 뇌물 액수를 89억2227억 원으로 판단하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반면 2심은 36억3484억 원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에서 무죄로 판단한 34억 원의 '말 소유권(구입비)' 부분에 이목이 쏠리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말의 소유권이 삼성에 있다고 보고, 마필 구매 비용을 제외한 말 사용료에 관해서만 뇌물로 판단했다. 삼성에서 우려하는 '경우의 수'는 대법원이 마필 소유권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는 것이다. 5년 이상 징역형의 기준이 되는 횡령 액수 50억 원이 넘어갈 경우 초유의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2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 및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 사건 상고심을 선고한다. /더팩트 DB

법조계 일각에서는 파기환송 결정이 나오더라도 '작량감경'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작량감경이란 법률상의 감경 사유가 없어도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을 고려했을 때 법률로 정한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관 재량으로 형량의 상한과 하한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특경가법 하한형이 징역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말 소유권에 대한 법리 해석을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이 부회장의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까지 줄어들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이미 지난 2017년 2차 구속영장 청구 이후 353일 동안 수감생활을 한 데 이어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횡령액 전부를 변제한 상태다"며 "파기환송 결정이 나오더라도 재판부가 얼마만큼 정상참작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무조건 구속이 된다는 식의 예단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의 본질에 관한 법리 해석 역시 재계의 관심사다. 수동적 뇌물 사건이라는 2심 재판부의 해석에 관해서는 재계에서도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심은 이 부회장 사건의 본질에 관해 뇌물을 건넨 쪽과 받은 쪽 간 관계 구도에 있어 '정경유착'이 아닌 수동적인 뇌물 사건으로 간주했다. 2심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다. 결국, 본 사건은 최고 권력자가 최대 기업인 삼성을 겁박하고, 최 씨는 그릇된 모성애로 삼성 지원을 강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2심 재판에 앞서 헌법재판소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에 관해 '대기업이 피해자 지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느 기업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부의 경제적 지원 요구 앞에 당당하게 맞설 수 없을 것이다. 삼성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며 "이미 2년여의 법정 공방을 거치는 동안 반기업 정서는 커질 만큼 커졌고, 글로벌 시장에서 바라보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실추될 만큼 실추됐다. 경제계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재판부가 기업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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