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선, 지분 늘리고 해외법인 직접 경영
[더팩트|이진하 기자] 정몽혁(59)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의 장남 정두선(29) 현대종합상사 상무보가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코퍼레이션 홀딩스의 지분을 매입했다. 여기에 지난해 현대종합상사에 신사업 개발팀 부장을 맡았던 정두선 상무보는 최근 해외지사 법인장을 맡아, 2세 경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더불어 새 먹거리 찾기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종합상사는 보호무역주의 등 대외 환경 악화와 상사 비즈니스 위기 속에서 100년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또 그룹사에서 독립 후 현대그룹 물량을 늘리면서 약진하고 있다.
◆ 초고속 승진 거듭한 정두선, 2세 경영 속도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몽혁 회장의 장남인 정두선 상무보가 지난 19일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보통주 2만5056주를 장내 매수했다. 정두선 상무보 외에 정몽혁 회장의 장녀 현이 씨와 차남 우선 씨도 같은 날 각각 2만928주, 4345주를 매수했다.
정몽혁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매입은 범현대가에서 독립한 지 4년 만이다.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율은 정두선 상무보부터 현이 씨, 우선 씨 차례로 각각 0.28%, 0.23%, 0.05%가 됐다. 이로써 정몽혁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율도 기존의 21.26%에서 21.82%로 소폭 상승했다. 오너가 지분으로 안정적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향후 자녀들의 추가 지분 매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종합상사는 2015년 당시의 모기업 현대중공업이 지분 19.4%를 현대C&F에 매각했고, 정몽혁 회장은 이 지분 중 12.3%를 인수해 정몽혁 회장의 독자경영의 시작이 됐다. 이후 현대C&F는 이름을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로 바꾸고 현대종합상사 및 기타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몽혁 회장의 세 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정두선 상부보다. 1990년생인 정두선 상무보는 지난 2014년 영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같은 해에 현대종합상사의 법무팀 차장으로 입사했다. 종합상사의 사업 특성상 대부분 사업 내용이 담긴 예약서는 반드시 법무팀을 거친다. 이 점 때문에 20대 중반에 입사했으나, 회사 경영 전반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정두선 상무보는 2016년에 부장으로 승진하며 육류유통업과 신사업을 당당하는 사업 개발팀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9월에는 신사업 개발 역량과 인식을 높이기 위한 '3H Success Mix'를 공식 명칭으로 선정하고, 지난 3월부터 신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신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제시한 후 지난달 1일 상무보로 승진했다. 동시에 싱가포르 현대 퓨얼스(HYUNDAI FUELS PTE. LTD.) 법인장으로 발령받아 자녀들 중 유일하게 계열사 임원으로 등록됐다. 싱가포르 현대 퓨얼스는 기존 싱가포르 법인이 하는 일이 아닌 새로운 사업을 위해 지난해 설립된 신생회사며, 주로 선박류에 기름을 공급하는 회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종합상사는 해외 종합상사에서 경험이 필수"라며 "대부분의 제품을 판매하는 상대가 해외 바이오들이다 보니 해외법인 경영 경험은 새로운 경영자에게 꼭 필요한 요소기 때문에 이번 정두선 상무보가 해외법인장으로 간 것은 2세 경영 초읽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외 환경 악화 속에서 선전…100년 먹거리 발굴
국내 종합상사는 제조업체 수출을 대행하며 성장했다. 때문에 대부분 대기업 집단에 소속되어 계열사 물량을 바탕으로 무역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의 삼성물산, SK그룹의 SK네트웍스, LG그룹의 LG상사,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그렇다. 그러나 현대종합상사는 현대코퍼레이션그룹에 속해있으며,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재계 60위권 밖에 있다.
현대종합상사의 시작은 1976년 현대그룹 수출입 전문기업이었다. 재계 1위 현대그룹 수출 물량을 도맡으며 급성장했으나, 2003년 기업개선 작업에 들어가면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게 됐다. 이후 2009년 현대중공업이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됐다가 2015년 분리 독립했다.
현대종합상사는 분리가 된 후 오히려 범현대그룹 물량을 늘리면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 계열사 물량 비중이 현재 75% 수준"이라며 "그룹 분리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물량은 현대중공업, 현대차그룹,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이라 자동차 소재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정두선 상무보가 신사업개발팀 부장으로 머물면서 시작된 신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는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 결과가 발표된다. 선정된 아이디어는 포상과 더불어 사업방안을 구체화 후 투자 심의를 하는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신사업 개발 전략 공식 명칭은 3H로 그룹 지속성장을 위한 신사업 창출 단계를 3가지 카테코리인 H1(기존주력사업-트레이딩), H2(기존사업의 연계사업), H3(완전히 새로운 모델의 신규사업)을 의미한다. H1의 성공적 유지와 확장을 기반으로 H2의 적극적인 개발, 새로운 H3사업을 추진해 회사 비전인 '준비된 100년 기업'을 실현한다는 것이 현대종합상사의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신사업 현황의 사례를 살펴보면 H2에는 태양광 발전 사업, 인도 포스현대 철강코일센터 증설 준공이 있다. H3은 식량 재배와 유통사업, 현대패키징 법인 합작 설립 등이 다양한 신사업이 탄생해 진행되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종합상사는 외형성장 대비 아쉬운 손익을 나타내고 있으나, 하반기 우려되는 부분이 제한적이라 이익 증가 폭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범현대 물량 확보를 기본으로 동종업종은 물론 타사 제품을 추가로 취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 구로를 보이고 있으며, 6월 말 사모 부동산 투자신탁 수익증권에 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결정으로 이후 추가적인 영업외 수익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jh31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