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SK 최태원 '닮은꼴' 리더십…인재 경영 '고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재 챙기기 전면에 나서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전방위로 현장 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는 두 총수 모두 인적 자본을 확보함으로써 미래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공통된 목표 아래 인재경영에서도 닮은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 "어려워도, 미래를 위해 씨앗을 심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전날(20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 있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광주 교육센터를 찾아 교육 운영현황을 살피고, 교육생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이 부회장의 광주사업장 방문은 지난 6일 온양·천안캠퍼스를 기점으로 평택 사업장과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있는 기흥 사업장, 탕정사업장(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 부문 핵심 생산라인을 돌며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 경영'의 연장선이다.
그의 동선에 산업 현장이 아닌 인재 육성 및 교육 현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 안팎에서는 "예상치 못한 행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인재 육성' 방안은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내놓은 중장기 경영 플랜에도 주요 실천 과제로 꼽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180조 규모의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한 이후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같은 해 광주를 비롯한 전국 4개 지역에 SSAFY를 설립했다. 국가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에 나선다는 상징성을 넘어 데이터를 새로운 '부가가치'로 전환하는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에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글로벌 마케팅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한 데 이어 지난 6월 신경망처리장치(NPU) 분야 인력을 오는 2030년까지 2000명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 역시 이 부회장의 '인재 경영'과 맥을 같이 한다.
이 부회장이 이날 교육생들에게 던진 메시지에도 인재 확보에 대한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은 IT생태계 저변 확대를 위해 필수적이다"며 "어렵더라도 미래를 위해 지금 씨앗을 심어야 한다.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 'SK대학' 세운 최태원 회장 "그룹 구성원 모두가 배움의 대상이다"
최태원 회장 역시 인재 발굴 및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의 '인재 경영'은 선대 때부터 깊게 뿌리를 내려 오늘날 최 회장의 파격 실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그룹 싱크탱크인 SK경영경제연구소와 기업문화 교육기관 SK아카데미를 통합한 'SK 유니버시티'를 내년 1월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인적 자본에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그룹 구성원 모두가 'SK 유니버시티'를 통해 미래역량을 기르고 축적할 것이며, 이는 곧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성정과 행복을 위한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SK 유니버시티'의 출범 배경 역시 국내 최고 수준의 교육·연구 전문조직을 운영,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삼성의 SSFAY와 일맥상통한다.
인재양성을 위한 SK의 노력은 선대에 이어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998년 선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 이어 비영리공익재단 한국고등교육재단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최 회장은 2002년부터 아시아 7개국에 연구센터를 둔 아시아연구센터 지원에 이어 베이징포럼과 상하이포럼 등 글로벌 학술 포럼을 개최해오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비상 경영 체제 돌입 이후 안팎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인재 육성과 관련한 행사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해외 유학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장학생들에게 "선대회장께서 '자원 하나 없는 이 땅의 희망은 인재'라는 신념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하신 이래 SK는 꾸준히 인재양성에 힘을 쏟아 왔다"며 "각자의 성취를 사회와 공유하는 인재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업체 간 '인력 모시기' 경쟁이 심화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래 기술 발전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지고 있는 경영환경 속에서 전문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인적 자원이 가치는 갈수록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재 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과 SK 모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선제 대응의 일환으로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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