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인보험 신계약으로 순익 증가…경쟁 치열 예상
[더팩트|이지선 기자] 메리츠화재가 올해 상반기 보험 업황 둔화에도 순익이 증가하면서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인(人)보험에 집중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간 메리츠화재처럼 앞으로 다른 손해보험사도 자동차보험이나 일반 보험보다 수익성이 높은 장기 인보험 시장에 관심을 더욱 기울일 전망이다.
지난 12일 실적발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한 136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GA 채널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이 통하면서 장기 인보험 신계약이 34.9% 늘어나면서 실적을 뒷받침했다.
이는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홀로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다. '빅4'로 꼽히는 상위권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등으로 일제히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6% 줄어든 426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DB손보는 전년 동기 대비 43.6% 감소한 2062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금융지주사와 함께 일찌감치 실적을 발표한 KB손보도 1552억 원에서 1282억 원으로 17.4% 감소한 당기순익을 거뒀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현대해상도 당기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같은 실적 부진은 자동차보험 및 일반보험 손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결과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들어 차량 정비요금 인상 등 원가 상승으로 크게 올랐다. 적정 손해율은 78%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일제히 80%를 웃도는 손해율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는 등 제도적인 조처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손해율 개선으로 이익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태호·차주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두 차례 차보험료 인상이 단행됐고, 소비자 편익을 중시하는 감독 당국의 입장을 고려하면 더 조정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손해보험업계는 이제 장기 인보험에 주력하던 메리츠화재의 전략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인보험은 보험 기간이 보통 3년 이상으로 길고 사람의 질병이나 재해를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이다. 암보험과 치매 보험, 간병보험, 어린이보험 상품 등이 대표적이고, 자동차보험이나 일반보험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로 인해 업계 전반의 사업비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장기 인보험 시장에서 메리츠화재는 GA 시책비(인센티브) 지급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등 대형사도 본격적인 인보험 시장 영역 확대를 표명한 만큼 영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손보업계는 이미 지급 심사 기준을 대폭 완화한 치매 보험이나 가입 가능 나이를 거의 30세까지 늘린 어린이보험을 내놓으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신계약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금융당국 모집 수수료 한도 정책이 2021년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전에 신계약 모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