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쇼핑 영역 확대 '속도'...이커머스 업계 바짝 긴장

네이버 쇼핑이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쇼핑 검색 제휴를 맺는 등 해외 직접구매(직구)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네이버가 국내 최대 쇼핑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팩트 DB

홈페이지 전면 '쇼핑' 내세운데 이어 직구시장 개척

[더팩트 | 신지훈 기자] '네이버 쇼핑'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모바일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네이버 쇼핑을 전면에 내세우며 미래 먹거리로 이커머스를 낙점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해외 직접구매(직구)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지며 경쟁력 확장에 나섰다. 이 같은 네이버 쇼핑의 최근 행보를 두고 시장은 네이버가 국내 최대 쇼핑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커머스 업계도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가 중국 알리바바 그룹 산하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와 쇼핑 검색 제휴를 맺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거대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의 홍콩 자회사로 중국에서 생산된 물품을 해외로 판매하는 것에 특화된 쇼핑몰이다. 국내 소매가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배송기간은 다소 긴 대신 배송요금이 아예 없거나 매우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장점으로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네이버는 미국 생활용품 전문 쇼핑몰인 '아이허브'와 싱가포르 종합 쇼핑몰인 '큐텐' 등과의 제휴도 추진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9일 "직구 이용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어 사용자들의 편의를 더하기 위해 해외 쇼핑 사이트와의 제휴를 시작하게 됐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를 위주로 검색 제휴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 직구시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테스트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커머스 시장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커져가는 직구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해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아웃링크 기반으로 알리익스프레스와 제휴를 맺었지만, 업계는 네이버가 제휴 확장을 통해 인링크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그 파급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네이버 측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캡쳐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30.8% 늘어난 9052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대륙)별 구매액은 미국 4407억 원, 유럽연합(EU) 2051억 원, 중국 1711억 원, 일본 597억 원 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9일 "네이버는 해외 쇼핑몰과 아웃링크 방식의 제휴를 맺었다. 즉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된 알리익스프레스 상품 클릭 시 해당 사이트로 넘어가며, 결제도 해당 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하며 "이는 네이버가 자사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결제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직구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후 제휴 확장을 통해 네이버페이 등을 연동, 직접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네이버 측은 아웃링크 방식 이상의 협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황이지만, 업계는 네이버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이커머스 사업 전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네이버 쇼핑의 시장 지배력 강화와 글로벌 진출, 나아가 네이버페이 연동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해나갈 심산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도 이 같은 계획을 서슴없이 밝혔다. 지난 5일 네이버가 주최한 '애널리스트데이'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검색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네이버 쇼핑을 성장시켜 국내에서 가장 큰 쇼핑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것.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국내에서 물건을 살 때 가장 먼저 네이버 쇼핑을 떠올릴 수 있도록 최고의 쇼핑채널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쇼핑 채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최근 열린 애널리스트데이에서 네이버 쇼핑을 국내 최대 쇼핑채널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게임으로 비유되는 이커머스 시장에 네이버가 강력한 경쟁자로 올라온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또 이 자리에서 네이버 측은 앞으로 자사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해 있는 22만 명에 이르는 소상공인에게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분석툴을 제공해 판매자들이 소비자들을 보다 쉽게 공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즉 자사가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매자들에게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를, 소비자들에게는 맞춤형 검색을 통한 상품 추천을 제공해 네이버 쇼핑의 거래를 늘려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지난 4월 웹 및 앱 페이지 개편 이후 네이버 쇼핑에 인공지능을 통해 소비자에 맞춤형 쇼핑리스트를 제안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 인공지능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해주는 비중은 약 30%다. 이 비중도 점차 늘려나가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계획이다. 실제로 모바일 홈페이지 개편 이후 네이버 쇼핑의 거래액도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9일 "네이버 쇼핑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네이버에서 이루어진 결제금액이 9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이베이코리아와 쿠팡을 모두 앞선 수치다. 치킨게임으로 비유되는 이커머스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 모바일 페이지 개편에서 쇼핑과 뉴스를 좌우로 전면에 배치한 것은 앞으로 네이버가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비친 것"이라며 "현재 유통시장은 이마트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채널과 쿠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채널의 대결양상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후방에서 조용히 내실을 다지고 있는 곳은 국내 최대 '유동인구'를 갖춘 네이버다. 네이버가 쇼핑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수수료 인하 등 네이버 입점 업체의 혜택을 강화해나가고 있는 만큼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gamj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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