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번진 미·중 무역전쟁에 원화도 '흔들'…국내 파장은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15.3원) 대비 4.7원 오른 1220.0원에 개장했다. 이는 지난 2016년 3월3일(1227원) 이후 3년5개월만에 가장 높은 금액이다. /뉴시스

기재부 "국내 경제 기초체력 신뢰 높지만 동향 주시할 것"

[더팩트|이지선 기자]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도 약세 흐름을 지속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도 우려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10원대를 웃돌고 있다. 1220원으로 개장하면서 지난 2016년 3월 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환율은 오전 11시 30분 기준으로 1달러당 1214.90원(매매 기준)을 기록중이다. 환율이 1220선을 넘은 것은 3년 5개월 만이다.

환율이 올랐다는 건 원화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원화 가치 하락은 중국 위안화와 연동된 측면이 있다. 위안화 또한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면서 미국으로부터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재무부는 중국 위안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떨어뜨렸다"며 "금리 인하를 통해 달러화 가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면서 당분간 원화 약세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영화 연구원은 "중국이 고율 관세 부과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고, 미국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미·중 무역 협상 타결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며 "원화도 무역 분쟁 이슈와 위안화 가치에 연동해 1200원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의 가격도 오르게 돼 특히 제조 기업들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외국인들도 투자를 철회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증시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악순환이 우려되는 것이다.

국내 증시는 이미 환율 급등에 반응하고 있다.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관계기관은 시장 동향을 더욱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이미 국내 증시는 이런 환율전쟁에 반응하고 있다. 오전 11시 30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1.45포인트(1.08%) 빠진 1926.18을 기록하고 있다. 장 초반에는 1900선마저 무너지면서 충격을 고스란히 받기도 했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 확대와 동시에 원화와 위안화가 약세 동조화 될 가능성도 있다"며 "또한 일본과의 갈등을 계기로 국내 경기 및 기업이익에 대한 부담이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어 연내 원·달러 환율 하방 경직성 강화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김효진·한대훈 SK증권 연구원도 "국내증시는 급락에 따른 반등보다는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며 "일본 정부의 추가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및 위안화 약세, 부담스러운 신용융자잔고와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 등이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좀 더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대응보다는 아직 동향을 좀 더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7월 말 기준으로 4031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고, 순대외채권은 1분기 말 기준으로 4742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7월 중 외국인 주식채권자금도 1조6000억 원이 유입돼 올해 전체 17조 원가량이 유입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방기선 차관보는 6일 오전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를 열고 현 상황을 점검하면서 "현재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에 따라 국내 금융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고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대외 신뢰가 여전한 만큼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에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방 차관보는 "관계기관과 함께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상황별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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