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호반 황태자' 김대헌 부사장, '꼼수 승계' 논란 '증폭'

호반건설 최대주주인 김대헌(사진) 호반건설 부사장은 일감 몰아주기, 편법 승계, 증여세 회피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김대헌 부사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사옥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서초구=장병문 기자

숱한 논란·의혹에 입닫은 호반건설…더팩트 직격 인터뷰 시도에 '묵묵부답'

[더팩트|서초구=장병문·이진하 기자] 지난 1989년 설립된 호반건설은 '호반 베르디움'이란 아파트 브랜드로 친숙한 기업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계열사인 ㈜호반(옛 호반건설주택)을 흡수 합병하면서 올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에서 10대 건설사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공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보면 호반건설그룹은 재계 순위 4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형 건설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덩치가 커졌지만 그 과정에서 숱한 논란과 의혹을 낳았다. 합병 후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는 호반건설 창업주이자 동일인(총수) 김상열(58) 회장이 아닌 장남 김대헌(31)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최대주주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았고, 편법 승계와 증여세 회피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의혹이 쏟아지고 있지만 호반건설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 걸맞지 않는 폐쇄적인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잘못이 있으면 잘못을 인정하든가, 오해가 있었다면 해명하면 될 일을,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 승계·증여세 회피 의혹

1988년생인 김대헌 부사장은 학생 시절인 지난 2003년, 5억 원의 자본으로 분양대행업체인 비오토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며 규모를 키웠고, 5년 후에는 감사보고서 공개 의무가 생길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다. 2008년 처음 공개된 감사보고서에서 당시 김 부사장은 비오토 지분 100% 가진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1년 김대헌 부사장이 24살 때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억 원의 개인 돈을 회사에 더 넣었다. 비오토는 자본금 8억 원의 회사가 됐다. 비오토는 2013년 김 부사장의 모친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분 50%를 보유한 호반씨엠 등과 합병했다. 이후 김 부사장의 지분율이 85.7%로 낮아지기도 했다. 나머지 14.5%는 우 이사장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비오토는 호반씨엠과 합병 후 '호반비오토'로 사명을 교체했다.

호반비오토는 2015년 사명을 호반건설주택으로 변경하고 호반리빙, 호반주택, 호반토건 등 계열사를 빠르게 흡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에는 호반하우징, 에이치비토건을 흡수합병하며 사명도 호반으로 변경했다. 호반은 꾸준한 사명 변경과 계열사 합병으로 점차 몸집을 불러갔다.

감사보고서가 처음 공개된 2008년에 호반은 매출액 1166억 원, 순이익 169억 원이었으나 매년 순이익을 내며 성장해 9년 후인 2017년에는 매출액 1조6033억, 순수익 6165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36배 이상 늘었고, 매출액은 94배 이상 급증했다. 호반의 놀라운 성장으로 모기업인 호반건설을 제쳤다. 실제 2017년 두 기업의 순수익을 따져보면 호반이 호반건설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호반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일감 몰아주기로 불리는 계열사 내부거래가 있었다. 호반의 연도별 내부거래 비중(전체 매출액 대비 관계사 매출액 비중)은 2008년 이후 급증해 2010년에는 99.4%를 기록했다. 2011년과 2012년도에도 88.4%, 96.1%로 거의 모든 매출을 관계사에 의존했다. 2013~2014년 합병으로 분양수입이 증가했을 당시 내부거래 비중이 급감하지만 다시 2015년부터 꾸준히 내부거래 물량이 늘어 3년간 30~40% 수준의 내부거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계열사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성장한 호반이 호반건설과 흡수합병하면서 김대헌 부사장의 실질적인 기업 승계를 끝냈다. 김 부사장이 수조 원대 그룹을 승계하면서 증여세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김 부사장이 회사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합병으로 인해 받은 주식이었기 때문에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즉 김상열 회장이 '꼼수'로 회사를 김 부사장에게 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결국 김대헌 부사장이 호반의 지분 100%를 갖기 위해 들어간 자본금은 8억 원에 불과하다. 당시 김 부사장의 나이가 20대 초반이란 것을 고려하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일 확률이 높다. 즉 순 자산 3조2000억 원의 호반건설 지분 55%를 확보하는데 들인 돈은 8억 원에 대한 증여세뿐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호반과 호반건설 합병 당시 김대헌 부사장은 호반 주식 1주당 호반건설 주식 5.89주를 받았다. 사진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호반건설 신사옥. /더팩트 DB, 뉴시스

◆ 초고속 승진 거듭한 김대헌 부사장, 경영능력은 검증 안 돼

김상열 회장의 세 자녀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 김대헌 부사장은 일반 사원을 거치지 않고, 미래전략실 상무와 전무를 거쳐 입사 7년 만인 지난해 말 현재 위치에 올랐다. 장녀 김윤혜(28)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은 2017년 부동산 업체 호반프라퍼티의 등기이사로 선임됐고, 차남 김민성(25) 호반산업 전무는 회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김상열 회장은 여전히 현업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음에도 김대헌 부사장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 황태자 지위를 공고히 해줬다. 지난해 호반과 호반건설 합병 당시 김 부사장은 호반 주식 1주당 호반건설 주식 5.89주를 새로받게 됐다. 이런 방식으로 김 부사장은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로 군림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승계 과정을 이례적이며 파격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최대주주에 오른 김대헌 부사장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알려진 바 없다. 올해들어 회사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외에는 경영 능력을 엿볼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는 확인이 어렵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는 김대헌 부사장이지만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라며 "(김상열) 회장님이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부사장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정중히 거절한다"고 말했다.

◆ 취재진 질문에 황급히 자리 떠난 김대헌 부사장

<더팩트> 취재진은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등 의혹 한 가운데 있는 김대헌 부사장을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호반건설 신사옥에서 만나 인터뷰를 시도했다.

호반건설 사옥에서 나오는 김대헌 부사장에게 취재진이란 사실을 밝히자, 미간을 찌푸린 김 부사장은 준비된 차량에 서둘러 탑승하고 자리를 떠났다. 결과적으로 입을 굳게 닫은 김 부사장에게서 숨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김 부사장은 취재진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김 부사장은 운전기사를 대동해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를 타고 이동했다.

눈길을 끈 것은 김대헌 부사장의 복장이다. 김 부사장은 검은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복장 자율화 바람이 확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의 임원을 보기는 쉽지 않아서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날 회사에서 캐주얼 데이를 실시해 모든 직원이 편안한 차림으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김대헌 부사장과 호반건설이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등의 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 '꼼수 승계' 등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오전 호반건설 사옥에서 나오는 김대헌 부사장에게 취재진이란 사실을 밝히자 김 부사장은 준비된 차량에 서둘러 탑승하고 자리를 떠났다. /장병문 기자

◆ '광주방송' 이어 '서울신문' 지분 확보로 언론 장악 비난

호반건설은 김대헌 부사장의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 외에도 최근 언론 장악이라는 이슈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 6월 25일 포스코 그룹의 서울신문 지분 19.4%를 전량 인수했다. 서울신문은 기획재정부(30.49%), 우리사주조합(29.01%), 포스코 그룹(19.4%), KBS(8.08%)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호반건설이 포스코 그룹의 지분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서울신문의 3대 주주로 등극했다. 서울신문 측은 호반건설의 주식 매입을 언론 사유화 시도로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시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지분 인수 목적에 대해 '투자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이 사양화 흐름을 보이고 있고 중앙 언론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투자의 목적으로 지분을 인수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호반건설이 언론사 지분을 확보한 것에 대해 여러 이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특히 건설사의 경우 건설 인허가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이때 언론을 통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또 각종 민원 문제를 해결하는 창구 역할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호반건설은 광주방송(KBC) 최대주주다. 김상열은 회장은 2015년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됐고 이후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김 회장이 광주방송을 등에 업고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지분 확보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득도 예상되고 있다.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자산 중 하나인 한국프레스센터 사옥에 대한 재건축 이익을 노리고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프레스센터는 서울신문이 52%,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48% 지분을 가지고 있다.

프레스센터는 1985년 개관해 30년이 넘은 건물이다. 재건축에 따른 개발 이익은 자산가치 대비 수배에 이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하면서 향후 재건축 시공사로 지위 확보를 염두했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호반건설이 광화문 한복판에 건물을 지어 올리면 향후 강남권 진입에 발판이 될 수도 있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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