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계 2분기 매출·영업이익 모두 급감
[더팩트|이진하 기자] 현대건설기계의 2분기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하반기 실적 회복이 절실해졌다. 현재 영업을 집중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2분기 연결기준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8404억 원, 영업이익은 5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33% 급감했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인도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나, 지난 2분기는 인도 내 총선 이슈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반기는 인도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도 시장 선점에 나선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1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성적을 냈다. 여기에 증권업계는 선거 한 달 전부터 표심에 영향을 주는 신규 프로젝트 공표를 금지하는 인도 선거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가는 기존에 집권했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인도시장의 건설기계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모디 정부가 2024년까지 고속도로, 항만, 공항 등 관련 인프라 건설투자에 170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현대건설기계가 인도에서 성장을 지속한다면 변동성 큰 중국시장의 보완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현대건설기계는 전체 매출의 20~30%를 중국에서 10% 안팎을 인도에서 올리고 있어 절대 수치로 따지면 중국이 인도보다 매출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잠재력, 이익 기여도, 회사의 시장지위 등을 따져본다면 인도를 중심으로 현대건설기계가 실적 반등을 이룰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시장에서 단일 국가 중 인도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크다. 현대건설기계는 2분기 인도에서 매출이 줄었으나 시장 점유율은 19.3%로 1분기보다 4.7% 포인트 올라 2위를 차지했다. 향후 인도시장이 성장하면 현지 인지도가 높은 현대건설기계가 사업을 확대할 기회도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건설기계시장은 백호로더 수요가 굴삭기 수요보다 많은 독특한 시장이다. 백호로더는 앞에는 굴삭기, 뒤에는 토사 등을 싣는 로더가 설치된 소형 건설기계로 인도 건설장비 판매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글로벌 시장 전체의 백호로더 판매비중은 7%에 불가하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인도는 한 번에 두 가지 작업이 가능한 백호로더 수요가 굴삭기 수요보다 많다.
업계 관계자는 "백호로더는 느린 작업 전환 속도와 생산성, 환경규제 문제, 유지보수비용 등으로 향후 8t급 소형 굴삭기로 점차 대체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인도 굴삭기 판매량은 3만 대에 불과해 인도가 언제쯤 중국처럼 대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내 건설기계시장 점유율 2위의 현대건설기계는 백호로더를 생산하지 않는다. 현재 인도에서 14~20t급 중형 굴삭기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즉 현대건설기계는 인도 내 백호로더 교체 수요에 기대를 걸고 8~12t급 소형 굴삭기 신제품을 준비 중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건설기계의 하반기 실적 반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또 하반기 인도 시장을 노리고 있는 두산밥캣은 최근 인도 내 공장을 인수하며 인도 내 백호로더를 본격 양산한다고 밝혔다. 백호로더가 향후 소형 굴삭기로 대체될 것이란 흐름은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인도시장에서 주류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백호로더시장에 먼저 진입해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며 영업력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산밥캣은 북미 시장에서 50여 년 동안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킨 소형 건설장비 회사다. 콤팩트 트랙 로더(CTL), 스키드 스티어 로더(SSL), 미니 굴삭기(MEX) 등을 주력하고 있다. 인도 사업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했으나, 올해 하반기 인도시장 공략에 나서며 현대건설기계의 제동을 걸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걸설기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은 최근 생산공장을 인수하면서 인도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사업의 성격이 다르다"며 "현대건설기계는 2008년부터 인도 내 공장을 설립해 건설장비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뿐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분기는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4분기는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jh31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