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실적 하락 유한킴벌리…'좋은 기업' 이미지 마저 잃나

<더팩트>가 확인한 유한킴벌리는 과거의 명성만큼이나 착한 기업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유한킴벌리는 최규복 대표이사 사장(사진) 취임 이후 9년간 총 12조4000여억 원을 벌어들였으며, 225여억 원을 기부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0.18% 수준이다. 특히 최 대표 취임 이후 기부금은 줄어든 반면, 배당금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최규복 대표 취임 이후 기부금 0.1% 대로 준 반면 배당성향은 93% 달해

[더팩트 | 신지훈 기자] 국민들에게 오랜기간 신뢰 받아온 기업이 있다. '우리강산 푸르게' 캠페인으로 유명한 유한킴벌리가 바로 그 곳이다. '좋은 기업', '존경 받는 기업' 등 유한킴벌리를 대표하는 수식어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더팩트>가 확인한 현재의 유한킴벌리는 과거의 명성만큼이나 착한 기업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규복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이 같은 행보가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킴벌리는 한국 유한양행과 미국 킴벌리 사가 공동 출자해 1970년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생활용품 제조기업으로 기저귀, 생리대, 화장지 등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3271억 원, 영업이익 1483억 원을 기록했다. 기업의 사회환원 정도를 살펴보는 기부금을 보면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기부금은 31억5246만 원으로, 이는 전체 매출액의 0.2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017년에는 매출액 1조3568억 대비 0.23%에 해당하는 31억3503만 원을, 2016년에는 매출액 1조4999억 원 대비 0.21%에 해당하는 32억3157만 원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유한킴벌리는 최근 3년간 매출액 대비 평균 0.2% 초반 대의 기부금을 내왔다.

그러나 최규복 대표가 취임한 2010년 이후 9년 간의 유한킴벌리 기부금 추이를 살펴보면 얘기가 다소 다르다.

최규복 대표가 취임하기 이전인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유한킴벌리는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2007년 0.3% ▲2008년 0.25% ▲2009년 0.24%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평균 0.25% 이상의 비율로 기부금을 지출해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2010년 이후 유한킴벌리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평균 0.1% 대로 감소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최 대표가 취임한 2010년 유한킴벌리는 매출액 대비 0.17%의 기부금을 냈으며 ▲2011년 0.14% ▲2012년 0.18% ▲2013년 0.14% ▲2014년 0.17% ▲2015년 0.16% 등 0.1% 대의 기부금을 내왔다. 그러다 최근 2016년 이후에야 0.2% 초반 대의 기부금을 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규복 대표가 사회공헌에 다소 인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마디로 '착한 기업'이란 명성과 걸맞지 않은 기부금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9일 "재계 기업들도 평균 0.2~3% 대의 기부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부금이 적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존경 받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유한킴벌리의 기부금은 매출액 대비 그 액수가 굉장히 적은 편"이라며 "특히 최 대표 취임 이후 유한킴벌리의 기부금 비중이 더욱 줄었다. 최 대표가 사회공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최 대표는 기부금을 줄인 반면 취임 이후 9년 간 순이익 대비 90%가 넘는 고배당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한킴벌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으로 진행되는 설문조사에서 2004년 이후 올해까지 16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같은 이미지가 무색하게 유한킴벌리가 지난 9년간 환원한 기부금은 매출액 대비 평균 0.18%에 불과했다. 사진은 유한킴벌리가 진행하는 힘내라 딸들아 생리대 기부 캠페인. /유한킴벌리 제공

실제로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배당액은 1330억 원으로 이는 순이익 대비 무려 120.72%에 달하는 고배당이었다. 쉽게 말해 번 돈 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주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현재 유한킴벌리의 지분은 70%가 헝가리법인 킴벌리 클라크 트레이딩에 있으며, 30%는 유한양행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킴벌리 사가 가져간 배당액은 930억 원대에 이르며, 이는 모두 해외로 빠져나갔음을 유추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규복 대표 취임 이후 9년 간 유한킴벌리는 총 1조1060억 원의 배당을 진행했으며, 킴벌리 측은 총 7740억 원에 달하는 배당액을 가져갔다.

이를 두고 업계는 지분에 따라 배당금을 나눠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최규복 대표가 취임 이후 배당금을 너무 높게 책정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한킴벌리의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최 대표는 취임 이후 9년 간 평균 92.8%에 달하는 고배당을 진행해왔다. "유한킴벌리가 남 좋은 일만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30일 "유한킴벌리의 배당성향은 높아도 너무 높다"며 "순이익의 일정부분을 가져가는 배당금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할당해 해외로 유출되는 현금 또한 상당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 대표 취임 이후 유한킴벌리의 기부금은 줄어든 반면, 배당금은 크게 늘었다. 이 같은 행보는 최 대표 취임 전 쌓아왔던 '착한 기업' 유한킴벌리의 모습이 아니다. 최 대표 취임 이후 실제로 이 같은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과 더불어 최근 유한킴벌리의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서자 업계는 최규복 대표가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3년간 유한킴벌리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매출액은 2016년 대비 1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35% 줄어들었다. 최규복 대표는 중국 직구시장 진출 등을 통해 지금의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마저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관계자들은 드문 상황이다.

위생용품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 기저귀 직구시장은 이미 일본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다소 진출이 늦은 국내 기업이 점유율을 가져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시장을 반전시킬만한 경쟁력이 부족하다. 현재 유한킴벌리의 제품이 일본제품과 큰 차이점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또한 유한킴벌리는 직구시장 이전에 이미 중국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외유통망 확대 등 눈에 띄는 큰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지난 2012년 최 대표의 해임안을 제출한 적이 있다"며 "지나치게 킴벌리에 협조하고 나선 것이 그 이유다. 심지어 당시 최 대표를 두고 '킴벌리의 수족'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그동안 최 대표가 킴벌리 배불리기를 진행해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최 대표에 대한 반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대표가 지금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gamj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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