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래 기술 경쟁력 키워드 '사람'…인재 확보 파격 실험 계속된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인재 등용문 넓히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직무 중심의 상시 채용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인재를 적기에 영입, 미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려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그룹 인공지능(AI) 전담 연구조직인 '에어랩(AIR Lab)'은 최근 채용 공고를 통해 음성 사용자 경험(Voice UX)과 AI 플랫폼, 음성 인식, 영상 인식, 자연어 처리(NLP), 데이터 엔지니어링 , AI 모빌리티, AI 트렌드 분석 등 AI 관련 8개 분야에서 경력직 상시 채용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AI 분야를 세분화해 각 직무 특성에 맞춰 경력직 상시 채용을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해외 유수의 AI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오는 8월 미국 센디에고에서 열리는 현대차 글로벌 톱탤런트 포럼 등을 통해 해외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포럼에서 미래 기술 내재화를 위한 ICT 분야 핵심 인재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소프트웨어 분야 세션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AI 분야에서 저명한 대학원과 산학협력 과제를 확대하고, AI 리더들이 직접 찾아가는 기술 워크숍, 채용 설명회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인재 영입을 위한 현대차의 파격 실험은 올해 들어 더욱 탄력이 붙었다. 지난 2월에는 상하반기 각 1회씩 연 2회 고정된 시점에 채용하는 기존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각 현업부문에서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직무중심의 '상시 공개채용' 방식을 10대 그룹 가운데 최초로 도입했다. 제조업과 ICT기술이 융복합하는 미래 산업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적시에 적합한 융합형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의 이 같은 새로운 시도는 기존 '완성차 제조사'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 기술 기반을 토대로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추진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미래 전략과 맞닿아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AI 분야는 차량 전동화와 스마트카,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과 더불어 정 수석부회장이 각별히 공을 들이는 산업분야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4일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이자 IT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 수장 손정의 회장과 가진 회동에서도 AI를 핵심 화두로 미래 기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략적 투자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고스란히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에 개방형 혁신 센터 '현대 크래들 텔 아비브'를 설립하고, 현지 AI 업체 '알레그로AI'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AI와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혁신 분야에서 성과를 낸 상생 스타트업 '코드42', 지난달 미국 자율주행업체 '오로라' 등 국내외 업체들과 AI 기반 기술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인재 영입과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며 "정 수석부회장 체체 전환 이후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AI 전담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10대 그룹 가운데 최초로 공시 채용 제도를 과감히 없애고, 신입과 경력직의 구분 없이 상새 채용 제도를 도입하는 것 역시 궁극적인 목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