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문화로상인회 '불매운동' 퍼포먼스 일환...차량 주인 "순수하게 봐주시길 바란다"
[더팩트 | 신지훈 기자] "정치적∙감정적 대응이 절대 아니다. 한 국민의 불매운동 의지표현이라 봐달라."
지난 23일 인천 남동구 구월문화로에서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차량 한 대가 처참하게 부서졌다.
구월문화로상인회가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일본제품 불매운동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퍼포먼스를 벌인 것. 이날 상인회는 "경제보복을 한 아베를 규탄한다"며 "인천의 300만 시민과 15만 자영업자들은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할 때까지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인회의 이 같은 퍼포먼스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보기 좋지 않다', '오히려 불매운동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들과 '우리 국민의 의지가 강력하게 전달될 것이다', '일본인들도 봤음 좋겠다. 속이 다 시원하다', '차량의 주인이 누구인가, 대단하다' 등의 긍정적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더팩트> 취재 결과, 렉서스 차량의 주인은 구월동에서 광고인쇄업을 하고 있는 손용진 사장(47)인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더팩트>와 만난 손 사장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러한 퍼포먼스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지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다 지인이 '데상트' 브랜드의 옷을 찢는 장면을 봤다. 바로 전화해 이유를 물었다. '불매운동의 일환'이라고 했다. 대답을 듣자마자 일본 렉서스 차량을 8년 간 몰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했다. 마침 상인회에서도 불매운동 시위를 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 같은 퍼포먼스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정적이며 과격한 퍼포먼스였다'는 일각의 지적에 관해 문자 "물론 다양한 의견은 존재한다. 그러나 절대로 감정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손 사장은 "물론 말리는 상인분들도 계셨고, 차라리 차량을 자신에게 팔라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나랏님들은 이런 식으로 불매운동 의지를 표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우리 같은 서민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행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며 "나는 진보, 보수 이런 거 모른다. 순수하게 참여한 것이다.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새마을협의회', '자율방범대' 등 활동하던 단체도 모두 탈퇴했다"고 덧붙였다.
손 사장과 함께 이번 불매운동 시위에 참여한 상인들은 구월문화로상인회 소속이다. 대다수 상인들이 '구월문화로 음식거리'에 터를 잡고 노래방, 음식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손 사장은 "상인분들도 일본제품을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노래방을 운영 중인 사장님들께서는 순차적으로 일본노래를 모두 빼기로 했으며, 술집을 하시는 분들은 일본 주류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속상한 것은 최근 밤 9시만 되도 손님들이 없다.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 역시도 이곳에서 10년이 넘게 사업하고 있지만 지금만큼 어려웠던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럼에도 모두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상인분들 중에 '일본식 선술집'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 불매운동 여파로 손님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장님들 모두 국산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판매하던 일본맥주도 모두 뺐다. 단순히 일본식 콘셉트의 음식점이라는 이유로 불매운동 대상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솔직히 아깝지 않으면 사람인가. 집사람도 퍼포먼스 후에야 차량이 파손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도 퍼포먼스를 통해 상인분들과 함께 웃었고, 단합했으며, 시원함을 느꼈다. 정치적인 목적도 없었으며, 감정적으로 진행한 것도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저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국민의 양심적인 행동으로 봐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gamj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