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 관련 이슈로 이어지는 잡음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KT가 CEO 관련 이슈로 연일 시끄럽다. 황창규 KT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차기 회장 인선을 두고 잡음이 나오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이틀에 걸쳐 KT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15일 서울 광화문지사 등 3곳을, 16일 성남 분당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경영고문 부정 위촉 등 채용비리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앞서 KT 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활동은 지난 3월 황 회장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뇌물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황 회장이 2014년 취임 후 전직 정치인 등 권력 주변의 인물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해 총 20억 원가량을 보수로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거액의 자문료를 주고 로비에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황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KT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비자금 일부는 정치인 99명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이 각종 의혹에 시달리면서 KT에는 차기 회장 선임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하지만 차기 회장 인선을 두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KT가 독립성,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새로운 방식의 회장 선출 프로세스를 도입했는데, 황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KT의 차기 회장은 지배구조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선정하고,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심사하면 이사회에서 최종 대상자를 선정,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다. 기존 CEO추천위원회를 거쳐 이사회가 회장을 선출했던 절차를 세분화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KT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모인 'K-비즈니스 연구포럼'은 지배구조위원회의 후보 추천부터 황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개 모집으로 후보자를 접수받고, 200여 명 규모의 자문단을 구성해 차기 회장을 뽑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인선 절차가 앞당겨진 점도 우려를 키우게 한 이유다. 통상 KT는 10월 중에 회장 인선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4월로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지배력이 남아 있을 때 차기 회장을 선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KT 측은 "이번에 처음 도입한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현재 지배구조위원회에서 내외부 통틀어 후보자를 물색하는 중"이라며 "일부 개인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이슈에 시달리면서 KT는 난감한 상황이다. 차기 회장 인선 외에도 5G 사업 추진이라는 과제도 안겨 있기 때문이다. CEO 리스크가 자칫 사업을 확장하는 데 추진력을 더디게 할 수 있어서다.
현재 5G 시장에서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바짝 추격하고 있어 KT 입장에서는 조급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통 3사 5G 가입자 점유율은 SK텔레콤이 40%,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31%, 29%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이어오던 '5:3:2' 구도가 깨지면서 '4:3:3' 구도가 자리 잡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5G 이슈만으로도 바쁜 상황인데, KT는 CEO 관련 이슈까지 겹치면서 더욱 정신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황 회장에 대한 수사, 차기 회장 인선 등 관련 이슈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잡음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