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11일 '무선이어폰' 국내 출시 행사 취소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 여파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본 가전제품 기업 소니가 되려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로 소니 등 일본업체들이 한국 부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어 TV, 스마트폰 생산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소니는 국내 분위기를 고려해 신제품 출시 행사도 취소했다.
소니코리아는 오는 11일로 예정됐던 무선이어폰 출시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소니코리아 측은 "내부 사정으로 취소됐다"며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당초 소니코리아는 11일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100X 시리즈의 신제품인 무선 이어폰 'WF-1000XM3'를 공개할 계획이었다. 이날 신제품 소개는 물론 내년 오디오 사업 전략 발표 등도 예정돼 있었다.
행사 취소 배경에 업체 측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반일 감정이 격화되는 국내 분위기를 의식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와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종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무역갈등이 심화될 경우 소니 등 일본 가전업체들의 TV 생산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나온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이 무역 분쟁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면 한국의 OLED 패널 수출을 중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은 한국으로부터 OLED 패널을 수입해 TV를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OLED 시장 점유율 80%대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소니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폴더블폰 개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 IT매체 폰아레나는 IT 트위터리안 맥스제이의 글을 인용해 "소니가 '노틸러스' 디자인 폴더블폰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틸러스는 앵무조개를 뜻하는 말로 돌돌 말리는 롤러블 방식을 비유한다.
멕스제이에 따르면 소니의 롤러블폰 시제품에는 LG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사용됐다. 향후 출시될 소니의 롤러블 스마트폰에 LG디스플레이 제품이 사용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FPI를 활용하지 않아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한일 무역갈등이 심화될 경우 LG디스플레이의 부품이 필요한 일본 기업들이 더욱 긴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