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 새로운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객 유치와 유지를 위해 이(異)업종과 문화 콜라보에 나서고 있다. 색다른 홍보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금융사들의 마케팅 현장을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레스토랑 '이타카' 통한 투자 철학 공유 '눈길'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삼척 도계 농협에서 생산된 아스파라거스와 충북 영동 잣을 사용해 만든 요리가 되겠습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제철식당'. 지난달 NH투자증권이 기존 '이타카'와 협업해 팝업 레스토랑 형태로 문을 연 식당이다. 4일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한 '제철식당'에는 전국 농협에서 올라온 재료로 만든 지중해풍 퓨전요리를 맛보고자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발표한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투자, 문화가 되다'를 고객과 함께 실제로 경험하고 공유하고자 '제철식당'을 오픈했다. 증권업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고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자 하기 위함이다.
'증권사', '투자'라는 단어는 그간 다소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에 NH투자증권이 '식(食)문화'를 매개로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알리고 고객과 소통하고자 이종 업종과 색다른 결합 시도에 나섰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친숙한 '요식 문화'를 통해 슬로건을 익숙하게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요식업을 직접 경영할 수 없어 브랜드 비전에 걸맞은 철학을 가진 레스토랑을 찾아야 했고 '이타카'를 첫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택했다는 것이 NH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게다가 브랜드 비전과 철학이 일치했던 부분도 큰 몫 했다. '이타카'는 유기농 식재료와 로컬푸드의 철학을 바탕으로 제철음식의 요리 철학을 가진 김태윤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농협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할 수 있었다.
'NH투자증권 X ITHACA'라는 상호가 적힌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선 '제철식당' 한쪽에는 지역농협에서 공수한 7월 식재료가 진열돼 있었다. '신선한 재료가 셰프의 손을 거쳐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문화가 되는 것처럼, 투자도 당신을 풍요롭게 해주는 문화가 돼야 한다'는 내용도 보였다.
NH투자증권의 슬로건도 곳곳에 걸려 있었다. 투자에 대한 설명이 아닌 친숙한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 위함으로 보였다. 또 10명 남짓 되는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음식을 서빙하며 각 요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용선 NH투자증권 브랜드전략TFT팀장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경험을 통해 당사의 디자인 모티프나 브랜드 슬로건 등에 대한 친숙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방문한 이날 점심으로는 아스파라거스·죽순·키조개관자·로스팅한 잣소스·발효식초 젤리, 홍감자와 케이준 스파이스 새우·모짜렐라 치즈를 곁들인 쌀요리, 수란과 완두콩·페타치즈·스파이시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제철 생선, 디저트 등 총 네 가지 코스요리가 제공됐다.
이들 요리에는 삼척 도계 농협의 아스파라거스, 옥천 대청 농협의 홍감자, 철원 농협의 오대쌀, 춘천원예농협의 흑토마토 등이 사용됐다. 지역 농협에서 공수한 식재료들이 새로운 제철요리로 탄생했다. 메뉴판에 이어 직원들이 직접 하나하나 설명해 주니 절로 믿음이 갔다. 맛도 좋았다.
더불어 투자와 NH투자증권에 대한 신뢰도 생겨나는 듯했다. 이에 대해 어 팀장은 새 브랜드 슬로건을 언급하며 "이제는 '투자'가 소비자의 일상 속에 있는 '문화 행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기가 아닌 건전한 투자 문화 정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IMF 이후 장기간 저금리로 인해 금융상품들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고, 투기적인 형태의 투자로 인한 피해들이 많았다"면서 "금융기관마다 맞춤형 포트폴리오 상품 등 투자성향별 서비스들을 많이 선보였지만, 여전히 투자에 대해 '수익률 게임'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발행어음·CMA·ELS·퇴직연금·개인연금 등 투자형 상품들이 이미 대중화됐고, 투자 역시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단순히 수익률이 아니라 개개인 삶의 목표를 위해 돈이 존재하길 바라고, 당사 역시 그런 삶의 목표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철식당'을 방문한 고객들은 요리에 대한 만족은 물론 증권사가 이런 브랜드 활용을 통해 투자를 문화적 행위로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에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 NH투자증권 고객들을 대상으로 할인행사도 실시하고 있어 이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았다.
다만 이렇게 탄생한 제철식당은 지난 6월 1일부터 2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 팀장은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투자가 문화가 된다는 게 일상에서의 경험이 되도록 하려면 앞으로도 이(異)업종과 협업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서관과 게임사와의 협업도 생각할 수 있다"며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 홍보를 넘어 투자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당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증권사들이 이업종과 협업을 통해 투자가 문화가 되는 세상을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