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반환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빈번한 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을 두고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유한양행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에 대한 1조 원 대 기술수출에 성공해 침체됐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살아나는듯 했다. 반면 이틀 만에 한미약품의 비만·당뇨병 치료제의 권리 반환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미약품과 같은 악재는 모든 제약사에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신약 개발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한양행은 지난 1일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를 기술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치료 목적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 기술수출이다.
계약 규모는 8억7000만 달러(약 1조52억 원)다. 계약금액만 4000만 달러(약 462억 원)에 달한다. 임상 단계별로 지급되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최대액은 8억3000만 달러(약 9590억 원)이다. 제품 출시 후에도 매출에 따라 경사기술료(로열티)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또다시 '홈런'을 치며 대표적인 신약개발 기업으로 우뚝섰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한양행의 '기술수출' 호재 소식 이틀만에 한미약품의 비만·당뇨 치료제 기술수출이 무산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3일 미국 제약업체 얀센이 비만·당뇨 치료제인 '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9억15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로 얀센에 기술수출한 판권이다. 얀센은 당시 계약으로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지만, 임상 시험에서 예상했던 것만큼의 효능이 없자 계약을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 관계자는 "우리의 행보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R&D 방향성에 다양한 방면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책임감도 느낀다"면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면서 제약강국을 향한 혁신과 도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노피와 스펙트럼, 제넨텍, 테바 등 한미약품에는 여전히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실시간으로 긴밀한 협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들도 30여 개에 달한다"며 "R&D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을 통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견고한 내실을 다져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술수출 계약 해지'로 해당 제약사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계약 해지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시험 1상에 들어간 신약후보물질이 판매허가까지 받는 평균 성공률은 9.6%에 불과하다. 또한 임상시험 2상에서도 상용화 성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즉, 신약개발 성공률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에 다른 제약사라고 해서 기술반환 사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된다고 신약후보물질의 가치가 당장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은 지난 2016년 중국 제약사에 기술수출 됐다가 해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다시 얀센에 1조 원에 팔리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론 기술수출에 성공한 신약후보물질이 상용화 단계까지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지만 신약 개발 가능성 자체가 낮기 때문에 어떤 후보물질이 상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기술 반환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빈번히 있을 수 있는 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나의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데에는 조 단위의 천문학적 비용과 10~13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