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7조 UAE 유전' 상업화 성공, 굴곡의 MB 자원외교 7년 만에 '결실'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는 2일 UAE 아부다비에서 아부다비석유공사와 본계약 7년여 만에 할리바 유전의 상업 생산 기념식을 가졌다. 이로써 한국은 2042년까지 24년 동안 총 7조여원에 달하는 원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한국석유공사 제공

2일 UAE 할리바 유전 상업생산 성공 기념식...자원외교 폄훼 '일축'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사연도 많았지만 마침내 결실을 이뤘다.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사업 핵심으로 꼽힌 UAE(아랍에미리트연합) 할리바 유전이 드디어 상업생산에 성공했다. 처음 계약을 맺은 후 무려 7년 만이다. 굴곡의 세월을 보낸 관계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산유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원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당시 막후에서 실무 협상을 벌인 관계자들은 다음 정권의 폄훼에 휘말려 죄인처럼 숨을 죽여야 했지만 역경 속에서 뿌린 씨는 결국 꽃을 피웠다.

자원 부국을 위한 개발사업권을 따내고, 마침내 상업화에도 성공한 UAE 할리바 유전은 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반도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 하고 있는가. 폄훼에 시달린 UAE 할리바 유전의 상업 생산 가치와 그 이면의 스토리를 집중 조명한다.

지난 2012년 3월 강영원(앞줄 왼쪽)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비롯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뒷줄 왼쪽부터)이 UAE 아부다비 석유공사(ADNOC)와 유전개발 본계약을 맺고 있다.이 계약은 7년여 만에 결실을 맺어 상업 생산 성공으로 나타났다./더팩트 DB

◆'한국산 7조 기름 나온다!'...UAE유전 개발 상업 생산 성공, 2일 현지 기념식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는 지난 2일 UAE 아부다비에서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와 할리바 유전의 상업 생산 기념식을 공동 개최했다. 이는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로 구성된 UAE한국콘소시엄이 올해부터 2042년까지 24년 동안 상용 가능한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음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총 62억 달러(7조2300억 원) 규모의 원유를 확보하게 됐다.

할리바 유전의 상업 생산 성공은 한국이 UAE에서 유전 탐사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 참여해 상업 생산에 성공한 첫 사례여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할리바 유전은 ADNOC, 석유공사, GS에너지가 각각 60%, 30%,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측 연간 생산량은 584만 배럴(일산 4만 배럴 기준)로 국내 도입 등 자유롭게 물량 처분이 가능하며, 이는 약 3억 9000만 달러의 가치로 환산된다. ‘23년까지 점진적으로 일산 6만 배럴까지 증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처럼 '축포'를 터뜨린 할리바 유전은 상업 생산 성공까지 골곡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한국의 산유국 꿈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3월 한국컨소시엄이 ADNOC와 본계약을 맺으면서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계약은 UAE가 1979년 이후 33년 만에 최초로 외국 기업에 자국 유전 생산을 허용한 사례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자원 외교' 성과로 꼽혔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4개국 강자들의 독무대에 세계 70위권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것에 대해 '마이너리그 팀이 메이저리그로 승격한 셈'이란 평가도 나왔다.

할리바 유전의 상업생산은 남모르게 노력한 실무 관계자들의 노력이 밀알로 작용했다. 사진 왼쪽은 지난 2011년 UAE와 석유·가스 분야 개발협력 MOU를 체결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곽 위원장은 아부다비 특사 자격으로 무려 8차례에 걸쳐 현지를 방문, 유전개발을 향한 정부의 의지를 전하며 양국 간 자원외교 성립의 산파 역할을 했다./더팩트 DB

그러나 MB 정부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다음 정권에서 부실 의혹에 시달렸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를 받았고, 현 정부도 2017년 11월 '해외 자원 개발 혁신 TF'를 구성, 에너지 공기업 3사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였다. 해외 자원 개발은 특성상 성공확률이 높지 않고 벤처 투자처럼 전체 투자 대비 10퍼센트만 성공해도 '대박'이며 5년~10년 후 성과가 드러나는 특성이 과거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할리바 유전의 상업 생산은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 가시적 결과와 성공 사례를 내지 못 해 '부실 의혹'에 휘말린 MB의 자원외교에 대한 평가를 다시 조명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할리바 유전 개발의 숨은 공신들...곽승준·홍석우·강영원·허동수의 '집념' 결실

할리바 유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1년을 앞둔 2012년 3월 한국컨소시엄과 ADNOC이 본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할리바 3개의 미개발 유전은 이미 탐사 시추를 통해 석유 부존이 확인된 개발 직전의 유전으로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으나 성공 가능성이 낮은 자원 개발의 특성상 실무자들의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아무리 리스크가 낮다고 하더라도 '모 아니면 도'식의 투자가 바로 자원개발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사막에 뛰어든 사람들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그리고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이다. 유전 개발 사업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만 진출해 있던 '그들만의 리그'였지만 산유국의 꿈을 이루자는 한국의 실무자들은 UAE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이 일에 매달렸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지만 '미스터 오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허동수 회장의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 식견과 뚝심도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정부 지원에 앞장 선 홍석우 전 장관은 본계약 체결 당시 "해외 자원개발 35년 역사에 불과한 우리에게 새로운 유전개발의 시대가 열렸다. 2009년 원전계약 체결 이후 양국간 성립된 '100년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더욱 성숙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감격해 했다. 지독한 '일벌레'로 불린 대기업 CEO 출신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조금이라도 한국의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밤낮을 잊을 정도로 열정을 쏟아 계약 성공의 토대를 닦았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로 자타 공인 인정 받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 2012년 3월 할리바 유전 본계약 체결 당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참석했다. GS에너지는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중간지주사격 회사다. /더팩트 DB

당시 유전 개발의 막후 협상을 주도한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은 "비상 시 100%를 들여온다는 한 문장 하나를 추가하는데도 상당한 막후 협상이 필요했다. UAE 모하메드 왕세자와 대통령 간 전화통화, 회담 등을 통해 단기간에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면서 "홍석우 장관은 물론 강영원 사장, 허동수 회장의 자원 개발 의지와 투철한 사명감이 없었다면 아마 빛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당시의 어렵고 척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실제로 당시 한국은 이라크 바지안 광구 탐사 개발 건 등 미개척지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은 많았지만 현실화 된 적은 없다. UAE는 세계 6위 규모인 978억 배럴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이 진출하기 전까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4개 국의 메이저 급 회사들만이 시추 작업에 참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은 국영 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하는 자원 국유화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UAE에서 지분 참여를 끌어내고 상업 생산까지 성공해 그 가치가 더 인정을 받게 됐다. 한국은 UAE가 33년 만에 유전을 개방한 첫 국가다. UAE는 고품질의 원유와 안정적인 투자 여건도 보유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UAE의 원유는 최고 품질인 고급 경질유로 API 기준 35도, 여타 중동지역은 30도다.

곽승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이끌며 아부다비 특사 자격으로 무려 8차례에 걸쳐 현지를 방문, 유전개발을 향한 정부의 의지를 전한 것은 물론 '아부다비 2030 미래비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양국 간 자원외교 성립의 '산파'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UAE와 '석유·가스 분야 개발협력 MOU'와 본계약 체결, 상업생산에 이르기까지 디딤돌을 놓았다.

한국이 참여한 UAE 할리바 유전의 상업 생산 성공은 부실 의혹 프레임에 갖힌 해외 자원 개발 투자에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2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할리바 유전 상업생산 기념식./한국석유공사 제공

◆ 정체된 해외자원개발 사업, 새로운 활로 찾을까

특히 할리바 유전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서도 안정적으로 원유를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할리바 유전의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 외곽에 있는 터미널로 이송되기 때문에 해협을 지나지 않고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

걸프 해역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해협이 막히면 유가는 크게 오른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란은 이 해협을 봉쇄한다는 전략으로 미국의 견제에 맞서고 있다. 군사적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더라도 할리바 유전의 원유를 가져오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아주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큰 성과를 올린 할리바 유전 개발 성공이 실패 사례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자원이 빈약한 국가로서는 당연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가 '비리 의혹' 프레임에 갖혀 고개를 들지 못 하고 있다. 자원 외교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한국석유공사가 9000억 원에 사들인 캐나다 정유공장을 매각하면서 약 1조7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또 광물공사는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에 3조 원 가까이 투자했지만 정작 광물을 팔아 실현된 수익은 없고 손실만 남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이라크를 국빈 방문할 때 체결한 쿠르드 유전사업에는 1조3000억 원이 투입됐지만 손실을 기록 중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자원외교의 실패 사례를 과거 청산의 빌미로 삼았다. 자원외교는 '적폐'라는 프레임에 갖히게 된 요인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자원외교 사업에 대해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를 실시했다, 해외자원 개발은 사실상 문을 닫았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이후부터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자원개발 사업이 적폐라는 인식이 여전히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석유와 같은 자원뿐만 아니라 리튬, 코발트와 같은 자원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중국이나 일본은 리튬, 코발트 등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한국은 정치적인 논리 때문에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도 "자원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해외에 나가 도전을 해야 하는데 적폐라는 꼬리표와 실패 했을 경우 쏟아질 비난 때문에 기회가 와도 외면하는 형국"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해외자원 개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정부의 신규 자원 개발 사업은 단 한 건도 없다. 사실상 자원외교가 박근혜 정부에선 '스톱'된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UAE와 특별 전략동반자 관계를 맺으며 국내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에 탄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자원개발=부실'이란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할리바 유전 개발의 성공이 정체 상태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어떤 활로를 마련하게 될지 주목된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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