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불매 운동 확산, 국내 완성차 반사 이익 거두나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한 반(反)일 감정이 완성차 업계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물론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일본차를 사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 여론이 확산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본 완성차 업체는 물론 국내 완성차 업계도 시장판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일 게재된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3일 만에 59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도 최근 며칠 새 '일본산 자동차 불매운동을 시작하자' '일본차 불매 운동 동참한다' 등 불매 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글들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일본 대표 완성차 브랜드 '토요타'와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 '혼다' 등 현지 브랜드 관련 인터넷 포털 카페 및 동회회 게시판에는 반일 감정이 확산하는 데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게시글도 늘고 있다. 국내 대형 포털의 한 렉서스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일본차 불매가 답이라는 기사들도 많이 나오고, 요즘 일본산 제품을 쓰면 매국노 취급하는 분위기다. 행여 해코지라도 당할까 싶어 주차도 주행도 조심스럽다"(whd*****)는 우려 섞인 글이 올라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불매 여론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수입차 시장에서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가며 세 확장에 탄력이 붙은 시점에서 자칫 이번 사태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일본차 업체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불매 운동으로 행여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며 "제품 경쟁력과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대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차량 데이터 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6.3% 줄어든 1만9715대를 기록한 반면,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 등 국내 시장에 진출한 주요 일본차 브랜드(5개)의 전체 판매 대수는 3950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6% 늘었다.
일각에서는 일본차에 대한 불매 여론 확산에 따른 경쟁 업체들의 반사이익을 점치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형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과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연비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층이 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링 모델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경우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순수 전기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검증된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일본차의 판매량이 줄어들면 그 수요가 국산 브랜드로 옮겨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술 안정성과 내구성 부분에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가 내연기관이나 전기차 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해 일본과 국내 완성차 업체는 (하이브리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높은 일본차에 대해 불매 여론이 지속해서 확산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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