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소원 소비자 접수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여행업계 "이대론 안 된다"
[더팩트 | 신지훈 기자] # L씨는 올해 4월 글로벌 OTA(온라인여행·Online Travel Agency)를 통해 지난 5월6일 몽골을 출발해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하는 항공권을 55만 원에 구입했다. 이후 L씨가 항공 일정 변경을 요청하자 사업자는 변경 수수료로 13만 원을 요구해 L씨는 이를 지급하고 일정을 변경했다. 추후 사업자가 다시 한번 변경 수수료가 변동됐다며 L씨에게 58만 원을 추가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L씨는 부당하다며 지급한 수수료 13만 원을 반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사업자 측은 이를 거부했다.
# Y씨는 지난 4월28일 글로벌 숙박 예약대행 사이트를 통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호텔을 예약했다. 예약 결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Y씨는 재결제를 했다. Y씨는 이틀 후 각기 다른 두 개의 예약번호가 발급된 것을 확인하고 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하자 46만 원이 두 번 결제 된 것을 알게 됐다. Y씨는 곧장 한 예약 건에 대해 취소를 요청했으나 환급 불가 상품이기 때문에 취소할 경우 결제금액 전액이 위약금으로 부과 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OTA에 대한 피해자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경을 넘나드는 이들의 사업 특성상 책임 소재를 따지기가 어렵다. 당국의 제재도 무시하기 십상이다. 관광진흥법에 명시된 사업자도 아니라 국내법으로는 이들을 규제할 방법도 없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의 배짱영업이 도를 넘었다며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피해 속출하는데...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글로벌 OTA'
글로벌 OTA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프라이스라인이 호텔 예약 서비스를 선보이며 최초 상륙했다. 이후 여행 전반을 직접 계획하고 준비하는 자유여행객들이 크게 늘어난 시장 상황과 맞물리며 글로벌 OTA는 국내 여행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급속도로 키워나갔다.
문제는 이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며 불공정 이슈도 과거보다 자주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피해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이들의 사업 특성상 책임소재를 따지기가 어려운데다, 정부의 제재 역시 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국제소비자상담 집계현황에 따르면 글로벌 OTA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17년 394건, 2018년 1324건, 2019년 5월 기준 306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불만 유형을 보면 '취소∙환급 지연 및 거부'가 73%로 대부분을 차지해 금액적인 부분에서 소비자가 입는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관련 불만 상담 건수는 4317건으로 지난해보다 70% 이상 늘어났으며, 항공은 4349건으로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숙박 및 항공 분야 상담건수만 전체 문제가 있는 국제거래의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24일 "글로벌 OTA의 가장 큰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시정명령에도 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OTA 업체 '고투게이트'는 예약 후 이메일 등으로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을 야기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소비자원의 해명 요청에도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부킹닷컴'은 '환불불가' 조건 상품에 대해 투숙 예정일이 수개월 남은 시점에서도 숙박료 전액을 취소수수료로 부과하고, 소비자의 수수료 조정 요구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2017년 약관에 환불불가 조항이 있는 글로벌 OTA를 대상으로 시정 권고를 내린바 있다. 당시 아고다와 부킹닷컴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이들에게 시정할 것을 명령했다. 이들은 시정명령에 불복하고 지난 3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5일 "글로벌 OTA에 대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들은 국내 숙박업계에 높은 수수료를 지불할 것을 강요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불리한 환불 취소 약관을 두고 있다. 국내 여행객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데다, 국내 여행객 보호를 위해서라도 글로벌 OTA가 국내법을 따를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소송에서 공정위가 패하게 되면 글로벌 OTA에 대한 규제를 담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 이번 소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글로벌 OTA 제재 할 가이드라인 마련하겠다
글로벌 OTA에 대한 소비자 피해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정부가 이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국내 여행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OTA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정부의 실효성 있는 행정제재가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내 OTA 한 관계자는 25일 "글로벌 OTA는 최근 수년간 한국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왔다"며 "국내 OTA와 비교해 이들은 세금과 경쟁규제 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 국내 OTA가 이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국내 OTA와 다르게 이들은 실제 판매가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에 대한 세무당국의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여행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OTA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숙박업소의 등급과 정보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면피 조항을 약관에 두는 경우가 많다. 여행객들이 약관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런 약관들은 좁게는 OTA, 넓게는 여행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는 행위다. 공정위의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글로벌 OTA를 둘러싼 문제가 해가 갈수록 불거지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정위, 한국소비자원 등 정부 부처와 한국관광공사 등 유관기관 및 여행 사업자들과 함께 글로벌 OTA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2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글로벌 OTA가 국내 업체들과 공정하게 거래하고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 등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현재 글로벌 OTA를 국내법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이 지켜야 할 책임 범위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피해사례가 많은 글로벌 OTA들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 함께 여러 의견을 조율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amj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