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매입…한진 경영권 방어 '청신호'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미국의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그룹 경영권을 두고 한진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간 기 싸움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연일 한진칼 지분율을 늘리는 KCGI의 공세 속에 대한항공과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델타항공이 사실상 '흑기사'를 자처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확보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델타항공은 현지 시간으로 20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밝히며 규제 당국의 승인 등을 거쳐 앞으로 지분을 10%대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호지분' 확보가 절실했던 한진으로서는 델타항공의 이번 결정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앞서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는 지난달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한진칼 주식 17만4417주, 2만8206주를 각각 장내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기존 14.98%에서 15.98%로 늘렸다. 이로써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 17.84%와 격차는 단 1.86%p로 줄어들게 됐다.
물론 조 전 회장을 비롯해 조원태 회장(2.34%)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2.3%) 등 총수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28.93%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일부 증권가 및 한공 업계의 관측대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20%대로 늘릴 경우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델타항공의 '힘 싣기'로 한진 일가가 경영권 방어에 청신호를 켠 가운데 고(故) 조양호 회장에서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항공동맹체에서 한단계 진화한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이 우호지분 확보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 수립에 속도를 높여 왔고, 델타항공과 구성한 조인트 벤처는 가장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항공동맹체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의 일환으로 반독점면제(ATI) 권한을 취득, 지난해 5월 델타항공과 태평양노선 조인트 벤처를 구성했다.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두 항공사의 협력 이후 대한항공은 기존 미국 내 164개 노선에서 운영해 왔던 공동운항 영역을 취항 중인 미주 노선 전체로 확장, 미주 내 290여 개 도시와 아시아 내 80여 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항공지도 재편에 성공했다.
'조원태 체제' 전환 이후 두 항공사의 협력은 더욱 탄력이 붙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대한항공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양사 임직원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인트벤처 데이' 행사를 열고, 조인트벤처의 성공적인 운영 의지를 다졌고, 지난달 1일에는 조인트벤처 1주년을 맞아 2개의 단편 영상 광고를 공동 제작하며 글로벌 홍보전에도 나섰다.
특히, 지난 1일 조 회장이 그룹 회장 취임 이후 글로벌 공식 첫 데뷔 무대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 당시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20여 년 동안 지속해 온 대한항공과 파트너십을 거듭 강조하며 조인트 벤처 확대 운영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결정과 관련해 "조인트벤처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며 "중장기 경영 계획에서도 제시했듯이 이번 보잉787-10 항공기를 도입을 비롯해 지속적인 기단 확대와 노선 개발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토대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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