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삼성생명 즉시연금 공판, 쟁점은 '만기보험금' 관련 약관 

19일 삼성생명에 대한 즉시연금 보험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 2차 공판이 열렸다. 삼성생명 측은 약관에 따라 산출한 보험금을 맞게 지급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팩트 DB

삼성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vs 금소연 "소비자 이해 어려워"

[더팩트|서초동=이지선 기자] 즉시연금 미지급 보험금 반환 청구 2차 공판에서 원고 계약자들과 피고 삼성생명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양측은 약관에 만기보험금을 위한 지급 재원을 미리 뗀다는 내용을 명시했는지를 놓고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25부(이동욱 부장판사)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 관련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먼저 양측의 즉시연금 상품에 대한 이해여부를 물은 뒤 쟁점이 됐던 보험금 계산식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시켰다.

문제가 된 상품은 즉시연금 상속 만기형이다. 이 상품은 1억 원 이상 큰 돈을 먼저 납입하고, 이 적립금에 공시이율을 적용해 일정 기간 동안 매달 연금을 지급받는다. 이후 약정했던 기간이 지나면 처음에 납입했던 보험금을 돌려받는 상품이다. 은행 예금과 비슷하지만 매달 받는 연금이 예금이자보다 많고, 비과세 혜택도 적용돼 많은 고객을 끌어모았다.

일단 양측은 생존 연금액을 계산할때 순보험료에서 먼저 사업비를 공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보험원리에 따라 낸 보험료에서 보험사의 수익을 떼내고 이후에 공시이율을 곱해 생존 연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맞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후 만기보험금을 지급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양측의 의견이 치열하게 엇갈렸다.

삼성생명 측 변호인단은 쟁점이 된 상속 만기형 상품에 대해 상속 종신형과 비교하면서 미지급한 금액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삼성생명 측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은 은행 예적금과는 상품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곱한 방식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생존연금 계산식에 만기에 돌려줘야 할 재원에 대한 적립까지 포함돼있고 이를 기반으로 매달 연금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연금이 향후 만기에 적립금을 돌려주지 않는 상품인 상속종신형보다 적은 이유 또한 적립재원을 따로 떼내는 것이 산출방법서에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속만기형 상품을 선택한 고객들은 이러한 차이점을 미리 인식하고 가입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현재 약관으로는 소비자가 관련 내용을 명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공판을 마치고 나온 원고측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김형주 변호사와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 원고측 소송대리인 신동선 변호사(왼쪽부터) 모습. /서초동=이지선 기자

하지만 소비자 대표 원고 측은 일단 생존연금을 지급할때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공제한 금액)에 공시이율을 곱해 지급해야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약관에 만기 보험금을 적립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원고 측은 농협생명 등의 연금보험상품 약관을 예로 들면서 만기 지급 재원을 따로 적립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어야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선 원고측 소송대리인은 "약관에 명시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상품과 비교하는 방식까지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약관을 얼마나 깔끔하게 작성했는지는 나중에 볼 문제고, 약관상 정말 관련 내용이 작성되지 않았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보장된다는 약관은 만기보장금액까지 고려한 것으로 생존연금을 산출방법서에 따로 계산하는것이 일반적으로 엄격하게 금융감독당국에서 관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조상으로 만기보험금을 생존보험금을 산출할때 고려한다는 것이 설명이 됐고, 만약 원고 주장대로 만기 지급재원을 따로 떼서 만들어야 한다면 낸 보험금보다 돈을 더 지급해야하는 상황으로 이는 상식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 집단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보험 약관을 소비자가 제대로 해석했는지가 문제지 정확한 계산을 했는지를 묻는게 아닌데 이중 보험금 지급이라는 등의 주장은 쟁점을 흐리는 뉘앙스를 준다"고 말했다.

원고 대리인인 신동선 변호인도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생존연금과 만기 보험금을 연계해서 생각하면 보험금이 이중으로 나가는 기분이 들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정당한 것"이라며 "농협생명 등의 연금보험 상품처럼 약관에 녹아있다고 주장하지만 일반인들이 볼때 이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양측 의견이 엇갈리는 것에 대해 결국 약관 해석과 평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청구 금액 산정을 위한 공개 가능한 보험금 산출 식을 피고 측(삼성생명)에 요구했다.

양측의 입장이 명백하게 엇갈리는데다 객관적 지표보다는 약관에 대한 해석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앞으로 공판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신동선 변호사는 "쟁점에 대한 각각의 변론이 충분히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년까지 공판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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