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 없는 점포 배치와 불편한 주차 시설…AK&홍대 점주들 '부글부글'
[더팩트|이진하 기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는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역친화형 쇼핑센터 육성에 주력하고 있지만 1호 야심작인 신사옥 'AK&홍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편한 시설들로 인해 이용객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음은 물론, 모호한 콘셉트로 집객력마저 떨어지며 이곳에 입점한 점주들은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AK&홍대는 애경그룹 사옥과 호텔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지난해 8월 31일 오픈했다. 건물은 1~6층까지 쇼핑몰이고, 7~14층은 애경그룹 계열사 사무실과 호텔로 함께 이용되고 있다. 꼭대기 층으로 분류되는 15~16층은 호텔로만 사용된다. 애경그룹은 홍대 신사옥을 만들 당시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는 영감의 공간' 콘셉트로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지역친화형 쇼핑센터 육성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채형석 부회장의 1호 야심작인 셈이다. 채형석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지역친화형 쇼핑몰인 'AK&홍대' 오픈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AK&기흥', 올해 3월 'AK&세종', 2022년 상반기 오픈 예정인 'AK&안산' 등 이후 4개의 추가 오픈을 통해 총 8개의 쇼핑몰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더팩트> 취재진이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AK&홍대를 직접 취재한 결과 복수의 제보자들 주장대로 곳곳에서 이용객의 편의 증대를 위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먼저 주차 시설이 매우 불편한 것으로 드러났다. AK&홍대 지하에는 서울지하철 2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등 3개의 노선이 교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주차장 설립이 불가능해 주차타워를 갖추고 있다. 주차 가능대수는 144대다. 이는 고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입점 점주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차량 이용 제한이다. 승용차는 주차 타워 입구 세 곳 모두 이용이 가능하지만, SUV 차량처럼 높이가 있는 차량과 무거운 중량의 차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차체가 높아 주차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 1층에도 주차 공간이 있지만 임원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 모 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쇼핑몰도 구경할 겸 딸과 왔는데 주차하는 데 한참 걸렸다"며 "심지어 중형차 외 대형 세단 차량도 주차 제한이 있다고 해 너무 불편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주차하기가 너무 어렵고 불편해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와 관련해 AK&홍대를 관리하는 AK플라자 관계자는 <더팩트>에 "마포애경타운의 주차장이 주차 가능대수가 적은 것은 '부설주차장 설치 제한구역'이라서 그렇다"며 "'국토계획법 및 주차장법' 등에 따라 주차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상가건물 건축 시 부설주차장 설치 의무로 충분한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지만, AK&홍대는 서울시에서 정한 '부설주차장 설치 제한구역'에 해당돼 더 많은 주차대수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주차 시설에 대한 고객 불편을 인정했다.
또 어린 아이를 동반한 이용객들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마포구에 사는 이 모 씨는 "쇼핑몰이라 유모차를 끌고 다녀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왔는데, 유모차가 다니기에는 쇼핑몰 통로가 너무 좁다"며 "수유시설이나 유모차 대여 서비스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쇼핑몰들과 비교해 사소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모호한 콘셉트로 주변 소비자를 이끄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집객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용객이 많지 않아 AK&홍대에 입점해 있는 점주들은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태 AK플라자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지역친화형 쇼핑몰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인 새로운 유통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히며 쇼핑몰 사업에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지만, AK&홍대를 통해 확인해본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쇼핑업계의 한 관계자는 "AK&홍대는 홍대역 메인 상권과 다소 먼 거리에 있기 때문에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며 "식음료 점포를 제외하면 40여 개 점포가 입점해 있는 크지 않은 상권이고 쇼핑몰 콘셉트도 무엇인지 정확하지가 않아 집객력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보니 초반 실적도 좋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K&홍대의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주들의 목소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AK플라자는 오픈 100일 후 보도자료를 통해 누적 방문객 수가 30만 명을 돌파했다며 성공적인 행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0개월간 매출에 대해선 "아직 1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만족스럽지 않거나 부끄러운 성적표 탓에 공개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 당시 AK&홍대 내 입점한 점주들은 "누적 적자가 1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방문객이 AK플라자가 예측한 것보다 적어 매출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는데다, 매출 대비 높은 임대료로 적자만 쌓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A매장 점주는 <더팩트>에 "AK&홍대가 처음 콘셉트와 너무나도 다른 방향으로 운영하며 주변의 고객들과 맞지 않고, 고객의 발걸음을 끄는 매력도 특별히 없는 게 사실이다"라며 "매력이 없다는 것은 주관적일 수 있으나 손님이 없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 입점 당시 수도권에서 장사가 잘되는 매장들의 매출 규모에 맞춰 임대료를 책정했으나, 이곳은 그 정도의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며 "오픈 초기도 매출이 낮아 소위 '오픈발'이란 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점주들도 익명을 절대적으로 요구하며 기대 이하의 매출로 답답함을 호소했다.
AK&홍대는 모든 점포가 임대되지 않아 빈 매장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오랜 시간 빈 점포가 방치되자 애경 측에서 초기에 정한 콘셉트와 맞지 않는 브랜드들을 마구잡이로 입점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점주도 있었다. 이 점주는 "10대부터 40대까지 아우르겠다며 개성있는 브랜드와 럭셔리한 매장을 입점하겠다고 밝혔던 초기 콘셉트는 사라지고 되는 대로 입점이 되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돼버렸고 입점한 브랜드도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가 찾지 않으니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더불어 AK플라자 측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주들을 위해 임대료와 관련해 점주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점주들의 말은 전혀 달랐다. 점주들은 AK플라자 측이 임대료 관련 내용을 언론에 발설하면 협상은 없다며 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점주들은 "애경은 상생의 노력이 없고, 임대료만 받으려고 하는 임대업자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AK플라자 관계자는 <더팩트>에 "협의안에 대해 최대한 업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안했다"며 "업주들이 말한 것과 달리 당사도 건축비 및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고, 최근 업태 전체가 부진한 상황이라 향후 손익 계획이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업주들의 입장을 공감하는 차원에서 당사도 손해를 감내하는 수준까지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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