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교통정리' 시동…KCGI 공세 방어 본격화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조양호 회장께서는 항상 가족들이 화합해서 회사를 지키길 원했고, 현재도 이를 바탕으로 가족 간 많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재계 안팎에서 거론돼 왔던 총수 일가간 '갈등설'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연일 지분율을 늘리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만큼 이번 조 전무의 복귀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내부결속을 다지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전무는 전날(10일) 서울 소공동 한진칼 사옥 사무실로 출근했다. 지난해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4개월 만이다.
조 전무의 경영복귀 배경과 관련해 한진그룹 측은 "(조 전무는) 그간 광고·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사회공헌활동과 신사업 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서 활동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KCGI의 지분 확대 등 외부 불확실성과 관련한 일각의 해석에는 그룹 차원의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조 전무의 복귀가 경영권 방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총수 일가의 상속지분을 확고하게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23일과 24일 각각 한진칼 주식 17만4417주, 2만8206주씩을 장내 매수하면서 한진칼 보유 지분율을 기존 14.98%에서 15.98%로 1%P 늘렸다.
이로써 KCGI 측과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율(17.84%) 격차는 2%P 내로 좁혀졌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한진칼 보유지분을 20%대까지 확대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 전무가 각각 2.31%, 2.3%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상속지분의 결속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족 간 화합'을 강조한 조원태 회장의 공식 발언 역시 내부결속 가능성에 설득력을 더한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2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2년 만에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조원태 회장은 총수 일가의 갈등설 및 지분 상속에 관한 질문에 "조양호 회장께서는 항상 가족들이 화합해서 회사를 지키길 원했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가족 간 많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완벽하다고 말씀을 드릴 순 없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부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조 전무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을 볼 때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경영권 방어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속세 재원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조 전무의 경영 복귀는 상속지분을 포함한 24%대의 우호지분 결집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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