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위해 소진세 회장 영입한 교촌의 50일…내부에서도 업계에서도 '역량' 의문
[더팩트|이민주 기자] "혁신은 없을 것."
혁신을 위해 롯데출신의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교촌에프앤비(F&B)를 두고 내린 업계의 평가다. 갑질 논란 등 홍역을 겪었던 교촌은 지난 4월 이미지 쇄신을 위해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며 롯데그룹 실세로 통했던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영입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소 회장은 '무난한 경영인'이라 평하면서 '교촌의 혁신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촌 내부에서도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4월22일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소진세 씨를 선임했다. 40여 년간 유통업계에 종사한 소 회장은 과거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 마케팅본부장, 롯데미도파 대표이사, 롯데슈퍼 대표,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롯데그룹 정책본부(현 롯데지주) 대외협력단장을 역임한 이른바 '롯데맨'이다. 당시 유통업계는 소 회장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오른팔' 내지는 '롯데그룹 2인자'로 칭했다.
'롯데맨' 소진세 회장이 롯데그룹에서 교촌에프앤비로 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는 놀랍다는 반응을 내놨다. 단순히 실적만 놓고 비교하더라도 롯데지주의 지난해 매출은 7조2712억 원으로 교촌의 지난해 매출 3188억 원에 무려 22배 많았다. 특히나 소 회장이 퇴임 후 롯데에서 고문을 역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는 '교촌이 소 회장에게 롯데보다 더 많은 금전적인 보상을 해줬을 것'이라는 등의 추측을 내놨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측은 <더팩트>에 "소 전 고문이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며 "또한 퇴직금 등 퇴직 이후 진행된 정산 문제도 외부에 확인시켜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같이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소진세 회장이 교촌에프앤비에 취임할 당시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전 회장(창업주)은 소 회장의 경험이 교촌의 경영혁신에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 회장도 취임식에서 "교촌이 가진 상생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글로벌 교촌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에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냉랭하다. 소진세 회장이 교촌치킨에 큰 혁신을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오너가의 갑질논란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교촌이 소 회장 영입을 통한 갑질 이미지를 바꿔보려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소 회장이 영입됐다하더라도 큰 영향력은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소 회장은 원래부터 혁신가가 아닌 무난한 경영을 하던 사람으로 알고 있다. 실제 교촌에프앤비 내부에서도 소 회장 취임 이후 달라진 것은 없다고 들었다"며 "혁신할 지식은 없을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 아직 혁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혁신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도 <더팩트>에 "교촌이 오너가의 갑질 파문으로 '갑질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며 "이를 조금이라도 무마해보고자 '혁신'이란 단어를 전면에 내걸고 소진세 회장을 영입한 것 아닌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 소 회장도 교촌 내부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이어 사임한 이성락 제너시스 BBQ 대표의 사례를 들며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이성락 제너시스 BBQ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6월 치킨 가격 인상이 논란이 되자 취임 3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더팩트> 취재 결과, 소진세 회장 취임 이후 한달 여가 지난 지금까지 교촌에프앤비 내부에서도 큰 변화를 느끼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소 회장이 아직 취임하신지 얼마되지 않았지 않느냐"며 "아직은 내부 업무를 파악하고 계신다. 앞으로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진 아무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도 "아직은 변화가 있을 시기가 아니다. 소 회장이 업무를 파악하는 기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교촌에프앤비가 진행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진출' 등 해외 진출 성과도 소진세 회장 취임 전부터 진행하던 것으로, 소 회장의 업적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교촌에프앤비는 소 회장 취임 후인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해 현지 파트너에 가맹 사업을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가맹 사업 진행 건은 소 회장 취임 이전부터 진행되던 것"이라며 "이를 소 회장이 취임했기 때문에 진행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잘라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말레이시아 진출 건은 소 회장이 오기 전부터 승인됐던 건으로 올해 초부터 진행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교촌치킨 대리점주들은 신임 회장 취임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소 회장이 새로 취임한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별달리 기대하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서울의 한 교촌치킨 대리점주는 7일 <더팩트>에 "회장이 새로 온 것은 알고 있다. 그와 관련해서 따로 하고 싶은 말은 없다"며 "기대하는 바가 별도로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주는 "몰랐다. 회장이 바뀌었냐"고 오히려 반문한 뒤 "전문경영인으로 바뀌었다니 좋다. 일전에 오너 일가의 폭행 갑질이 알려지며 시끄러운 분위기가 있었지 않냐. 새로운 대표가 이런 분위기를 쇄신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말 오너 일가의 폭행 갑질이 알려지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교촌에프앤비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의 6촌 동생인 권순철 상무가 음식점 주방에서 소속 직원에 위협을 가한 사실이 영상을 통해 공개 된 것. 영상 공개 이후 소비자들은 크게 분노하며 본부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권 전 회장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결국 교촌치킨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며 애꿎은 가맹점에 큰 피해를 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