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업계 유엔 총회 서울서 개막…조원태 한진 회장 글로벌 무대 데뷔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부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노력으로 처음 한국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를 통해 공식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는 IATA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고, 항공사 연합체 스카이팀에서 첫 최고경영자(CEO) 의장으로 임명되며 데뷔 무대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 조양호 회장 추모로 개막한 IATA 연차총회
조원태 회장은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5회 IATA 연차총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지난 4월 8일 갑작스럽게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이후 같은 달 24일 회장직에 선임된 조원태 회장이 공식적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 290개 항공사와 제조사, 정부 기관 및 관계 기간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IATA 총회는 '항공 업계의 유엔 총회'로 불린다. IATA 결의안 채택 및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승인이 이뤄지는 핵심 회의체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IATA 총회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은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위상을 방증한다. IATA 총회 서울 개최는 고 조양호 회장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과 항공 외교 덕분이라는 게 항공 업계의 평가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1989년 국적 항공사 최초로 IATA에 가입한 이후 글로벌 항공 업계에서 한국의 위상 강화에 노력해왔다.
선친 대신 무대에 오른 조원태 회장은 "이번 총회가 항공 업계의 기회라는 선물이 어디 있는지, 그것을 둘러싼 위기라는 포장을 어떻게 하면 잘 뜯어내고 풀어낼 수 있는지 의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 항공 업계가 발견한 기회와 가능성이 고객은 물론 인류의 더 나은 미래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IATA 개막식은 고 조양호 회장을 기리기 위한 추모 영상과 고인을 기억하는 묵념의 시간으로 시작됐다. 조원태 회장은 "하늘에 계신 조양호 회장님도 사랑하는 조국인 대한민국 서울에서 IATA 총회가 열리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고 계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 국제무대서 존재감 알린 조원태 한진 회장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이날 IATA 총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원태 회장은 개막식에서 의장으로 공식 선출된 이후 의장석에 앉아 유창한 영어로 회의를 주재했다. 개막식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조원태 회장은 알렉산드로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 등과 함께 각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원태 회장은 선친에 이어 IATA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출됐다. IATA 집행위원회는 전 세계 항공사 CEO 중 전문지식과 경륜을 바탕으로 선출된 31명의 위원과 사무총장으로 구성된다. 특히 IATA의 활동 방향을 설정하고 산하 기관의 활동을 감독한다. 또 사무총장 선임, 연간 예산, 회원사 자격 등을 심사하고 승인한다.
앞서 고 조양호 회장은 지난 1996년 이후 IATA 집행위원회 위원을 총 여덟 차례 연임했다.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뒤를 이어 세계 항공 업계를 이끌어나가는 IATA의 핵심 위원으로 선임됨에 따라 세계 항공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그의 활동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이 속한 글로벌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을 이끄는 의장으로도 임명됐다. 스카이팀은 그동안 사무국에서 의장 역할을 맡아왔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항공 시장 환경을 고려해 올해부터 회원사 CEO 중 한 명이 의장직을 맡기로 했다. 이에 스카이팀 내에서의 대한항공 위상을 반영해 조원태 회장이 첫 의장으로 선출됐다.
앞으로 조원태 회장은 스카이팀 회장단 회의 의장으로서 의제들을 사전에 검토하고 결정해 회장단 회의에서 논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또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는 스카이팀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주도적인 활동을 벌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IATA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되면서 대한민국이 올해 항공 산업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런 총회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른 조원태 회장은 시작부터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 세계 항공 업계를 이끌 리더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