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아주 문규영 회장, 신사업 고민…장남 호텔업 밀어줄까

문규영(왼쪽 위) 아주그룹 회장이 아주캐피탈 매각대금 3000억 원을 포함해 약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과연 그의 투자 선택지는 무엇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오른쪽 위는 문규영 회장의 장남 문윤회 아주호텔앤리조트 대표. /더팩트 DB, 아주그룹 제공

그룹 지주사 아주산업 자산총계 2016년 1조4258억 → 지난해 1조700억 축소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아주그룹이 2년 전 아주캐피탈을 매각하면서 그룹 규모가 대폭 축소된 가운데 주력 사업인 시멘트 부문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시급한 상황에서 문규영(68) 아주그룹 회장은 1남1녀를 둔 가운데 장남 문윤회(39) 대표가 이끄는 호텔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호텔 사업이 아주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주산업의 2016년 자산총계는 1조4258억 원이었다. 이후 2017년에는 1조2077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조700억 원까지 감소했다.

아주그룹의 덩치가 작아진 것은 지난 2017년 그룹의 한축을 담당하던 금융 자회사 아주캐피탈을 매각해서다. 당시 아주캐피탈은 조달금리 상승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 계열의 캐피탈사와의 경쟁에 밀렸다. 이런 이유로 아주그룹은 우리은행이 출자자로 참여한 웰투시인베스트먼트에 아주캐피탈을 넘겼고 3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아주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아주산업은 업황 부진으로 고전하는 모습이다. 아주산업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999억 원, 50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 5512억 원, 영업이익 830억 원과 비교하면 크게 쪼그라들었다.

건축자재 생산이 주력사업인 아주산업은 국내 레미콘업계 3위 사업자다. 레미콘 산업은 건설업 동향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레미콘 산업은 지난 2015년 세계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실시된 저금리 기조와 함께 국내 부동산 부양 정책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건설경기가 둔화하면서 아주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올해 건설경기 둔화 가시화로 공공건설수주 및 투자는 전년대비 소폭 증가하겠지만,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민간수주가 둔화해 국내 건설수주가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레미콘 산업이 위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주그룹은 상장사인 아주아이비투자 1개사와 비상장사 35개사가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 캡처

◆문윤회 대표, 레드오션 호텔업에서 성과 기대

아주그룹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호텔사업의 성장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아주그룹 계열사인 아주호텔앤리조트는 문규영 회장의 장남 문윤회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아주호텔앤리조트의 지분은 문규영 회장이 55.63%, 아주모터스가 44.37%를 갖고 있다.

아주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28억 원, 35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매출 519억 원, 손실 68억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더팩트>에 "지난해 적자 전환한 것은 리모델링에 들어간 서교호텔의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과 라이즈 호텔의 투자비용이 반영된 것"이라며 "라이즈 호텔의 최근 객실점유율은 80%가 넘는 등 호텔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관한 라이즈 호텔을 보면 아주그룹이 호텔사업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엿볼 수 있다. 아주그룹은 1987년 서교호텔을 인수하며 호텔업에 진출했다. 최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서교호텔을 리모델링한 뒤 이름을 라이즈 호텔로 바꿨다. 이 호텔을 통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문윤회 대표가 호텔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어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호텔 사업이 아주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면도 있다. 호텔업은 수익이 크지 않은 업종으로 꼽힌다. 부동산을 비롯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10년 주기로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는 수백억 원이 든다. 인건비 비중이 높아 영업이익률도 높지 않다.

1981년생인 문윤회 대표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홍대에 개관한 라이즈 호텔. /더팩트 DB

무엇보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호텔업에 진출해 있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라이즈 호텔이 위치한 홍대에는 호텔롯데의 부띠끄 호텔인 L7호텔을 비롯해 크고 작은 호텔이 즐비하다.

호텔업계에서는 수익을 늘리기 위해 면세점을 유치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업계 1위인 호텔신라는 면세점 매출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반면 레미콘과 파일, 수입차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아주그룹이 호텔업과 시너지를 낼만한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아주그룹은 문윤회 대표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해 호텔사업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호텔 사업을 통해 오너일가의 경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호텔업은 부동산과 금융, 유통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돼 있어 다양한 사업군에서 역량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호텔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들면 운영이 수월해지고 모기업이 행사 등을 몰아주면 매출도 올릴 수 있다.

한편, 아주그룹은 아주캐피탈 매각대금 3000억 원을 포함해 약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신사업을 모집하고 있으며 M&A 시장에 적합한 매물이 나오면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그룹의 투자가 그룹의 주력인 건자재 업종이 될지, 문윤회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호텔업이 될지 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높다. 투자의 키를 쥐고 있는 문규영 회장은 '신중 모드'로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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