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샵'으로 정체성 만든다는 롯데百 인천터미널점…유통업계 '글쎄'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에 나이키, 아디다스 등 대형 매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롯데쇼핑은 메가샵 입점을 통해 과거 인천터미널점의 주인이었던 신세계백화점의 색깔을 벗고 롯데백화점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한다고 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내 아디다스 스타디움 매장 전경. /롯데쇼핑 제공

업계 "빼앗은 매장 차별화 애쓴다"…매장 대형화 매출 상승효과도 의문

[더팩트|이민주 기자] 신세계백화점이 자리했던 인천터미널점을 차지한 롯데백화점이 이 점포에 잇따라 대형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메가샵' 개점을 통해 신세계백화점의 색깔을 벗어내고 롯데백화점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매장 대형화는 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트렌드라며 이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8일 인천터미널점 4층에 영업면적 485㎡(147평) 규모의 '아디다스 스타디움' 매장을 열었다. 아디디스 스타디움 매장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모든 카테고리를 선보이는 매장이다.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 내 메가샵으로는 '나이키 비콘' 매장에 이어 두 번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5일 나이키 전 카테고리를 구성한 메가샵 '나이키 비콘' 매장을 열었다. '메가샵'은 331㎡(100평) 규모 이상의 대형 매장을 말한다.

잇따른 메가샵 오픈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인천터미널점 고객들이 스포츠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높고 최근 홈트레이닝, 애슬레져(가벼운 스포츠)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점포가 과거 신세계백화점이었던 만큼 '메가샵'을 들여놓아 이전 색을 버리고 롯데백화점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 자리를 인수하고 난 후 매장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롯데백화점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려는 것"이라며 "신세계의 색깔을 벗어내려는 차원이 맞다"고 말했다.

업계는 메가샵으로 대표되는 매장 대형화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트렌드라고 했다. 백화점, 마트할 것 없이 매장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위치한 메가샵 나이키 퍼포먼스 매장. /반포동=이민주 기자

그러나 업계는 이런 롯데백화점의 행보에 의문을 품고 있다. 매장 대형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업계 전반에 확산된 트렌드로 '메가샵' 오픈이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신세계백화점의 영업점을 뺏어와 올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만큼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며 "이 때문에 대형 매장 오픈을 계속 홍보하는 것 같다. 다만 매장 대형화 추세는 지난 2015년부터 전 세계 및 국내를 중심으로 확산된 트렌드"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내는 지난 2016년부터 여러 백화점, 마트 할 것 없이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매장 크기를 키우고 큰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를 가지고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말은 이제와서 좀 우스운 말이다. 그냥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이를 여러 방법으로 잘 포장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도 "매장을 대형화하는 유통 채널은 예전부터 많았다. 특히 제품군이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를 중심으로 큰 매장을 선보이는 추세"라며 "워낙 많은 곳에서 대형 매장을 내놓다보니 롯데가 대형 매장을 잇따라 내놓은 지도 몰랐다. 금시초문"이라고 꼬집었다.

백화점 매출의 상당부분을 패션 브랜드가 차지하는 만큼 스포츠 브랜드 매장 대형화가 이미지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이것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아디다스나 나이키가 백화점 전체의 정체성을 만들 수는 없으며 한두 개 매장을 대형화 하는 것으로 백화점의 색깔을 만들거나 바꾸기도 힘들다"며 "신세계백화점 자리를 롯데백화점이 가져온 이후에 뭔가 바뀐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 같지만 메가샵 입점으로 이미지 변화에서 성공할 것 같지 않다. 매장의 크기가 크다고 매출도 이에 비례해서 커지지는 않는다. 원래 스포츠 브랜드 매출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나이키, 아디다스 매장을 대형화를 통해 매출 상승을 노렸다기 보다는 '이런 매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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