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1분기 순이익 전년比 3.2%↑…일부 상위업체 '마이너스'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주요 자산운용사들 간의 실적은 양극화를 보였다.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곳이 있는가 하면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도 눈에 띄었다. 2분기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은 가운데 업계 실적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1분기 전체 자산운용사(216곳)의 당기순이익은 294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해당 분기 자산총계 1500억 원 이상 자산운용사 상위 5곳의 당기순이익을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업계 1위를,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그 뒤를 이었다.
1위를 수성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6.1% 증가한 405억61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분법이익 증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자산총계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늘어난 2조3404억 원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분기 지분법손익은 30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지분법손실을 끼쳤던 미래에셋캐피탈이 개선되며 올해는 112억 원의 지분법투자손익이 나타났다. 지분법손익은 자회사를 비롯한 타 회사에 투자한 지분이 있을 경우 피투자회사의 손익 가운데 보유 지분만큼을 자사의 이익이나 손실로 반영한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의 지분을 늘리면서 평가 이익이 늘어남에 따라 자동적으로 지분법손익이 늘었다"며 "여기에 TDF(타깃데이트펀드) 수탁고를 비롯해 주식, 펀드, 대체투자 등 전반적으로 고른 성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142억62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지난 1분기 업계 2위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자산총계도 전년 동기보다 31.7% 늘어난 6082억 원을 기록하며 견실한 성과를 보였다.
펀드 수탁고 규모가 확대되며 운용보수 수입이 증가한 점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펀드 수탁고는 전년 동기 대비 8조3000억 원 늘었다. 특히 ETF(상장지수펀드)가 지난해 3월 말 기준 20조2600억 원 수준에서 올해 동기간 22조87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글로벌리 장이 흔들리면서 MMF(머니마켓펀드)에도 자금이 몰렸다는 것이 삼성자산운용 측의 설명이다.
KB자산운용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29억6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자산총계도 지난해 동기 대비 27.9% 늘어난 1954억 원이었다. 본사 이전과 부서 신설로 인한 인적·물적 비용 증가 등 일회성 비용의 감소 영향으로 순이익 상승이 가능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에 16년간 머물렀던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빌딩에서 국제금융센터(IFC)로 본사를 이전한 바 있다. OCIO·해외부동산본부 신설로 조직이 확대되면서 공간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에셋·삼성·KB자산운용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과 자산총계에서 모두 개선세를 기록한 반면, 당기순이익 감소를 보인 곳들도 존재했다. 당기순이익 상위 운용사 5곳 중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자산총계는 미래에셋·삼성·KB자산운용과 마찬가지로 늘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자산총계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6.0% 늘어난 2207억 원, 1814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에 있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86억16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부동산펀드가 많이 출시되면서 선취수수료 규모가 컸지만 올해는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한국투자신탁운용 측은 다른 펀드 상품의 자산이 꾸준히 늘고 있어 수익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모펀드 실적이 지난해와 비슷해 자산관리 관련 수익이 동년 1분기보다 0.14% 증가한 59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 실적이 높아 올해 1분기 실적은 기저효과로 비교적 낮아 보일 수 있다"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를 포함한 중소형 펀드 등의 성과도 괜찮았다"고 강조했다. 수탁고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58억9800만 원)보다 6.4% 줄어든 55억2200만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수탁고는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내부 인력이 충원되면서 성과보수 등 일회성 비용이 전년보다 증가했다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측은 설명했다.
한편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다수의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와 소규모 운용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올해 2분기에도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가 대두되면서 국내외 증시의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어 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장이 흔들릴 때일수록 운용 상품의 라인업이 다양하고 자산도 넉넉히 갖고 있는 대형사의 성과는 비교적 안정적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변동성 장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증시 전반적으로 좋지 않기에 이들마저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수수료로 먹고사는 곳인 만큼, 지금 같은 시장 환경이 계속 이어진다면 아무래도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힘들 수 있다. 특히 소형사의 경우, 포트폴리오의 다각화가 어려워 더욱 그럴 것"이라면서 "다만 대형 종합자산운용사의 경우 대체투자를 통한 수익 확보로 실적을 유지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