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사회적 가치 측정 첫발
[더팩트ㅣSK서린빌딩=이성락 기자]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하는 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3대 주력 계열사의 성과 산출 과정 및 결과를 공개했다.
SK그룹은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 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한다. DBL 경영은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같은 기간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가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등 3대 분야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며,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사회적책임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 등으로 구성된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이날 공개된 이들 3개 주요 계열사의 지난해 사회적 가치 창출 규모는 모두 12조3327억 원이다. 계열사 별로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000억 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 원을 창출했지만, '환경'이 포함돼 있는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서 -1조1884억 원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산업 중 하나인 에너지·석유화학 기업의 특성상 생산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환경오염 요인이 크게 반영된 결과다.
정인보 SK이노베이션 SV 추진단 상무는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상 비즈니스 성장과 더불어 환경 임팩트도 커짐으로써 DBL 밸류 확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특히 최근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만큼 기존 보유역량을 활용한 즉각적 성과와 혁신을 통한 장기적 성과 양쪽 측면 모두에서 혁신적인 도전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부문에서 1조6189억 원,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서 181억 원, 사회공헌 사회성과에서 339억 원씩을 기록했다. 이날 이준호 SK텔레콤 상무는 SK텔레콤의 사회적 가치 성과 측정 사례로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을 소개했다. 'T맵'의 경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후 나타난 교통사고 사고율 감소 효과를 계산해 서비스 가입자 수와 교통사고 피해 처리 비용 등을 합산했다. 여기에는 'T맵 운전습관' 서비스로 고객들이 보험료를 할인받은 금액과 예방 효과 비용 등이 반영됐다.
SK텔레콤은 민관협력 모델인 '인공지능(AI) 돌봄서비스'와 '시각장애인 점자교육', '고요한 택시', '장애 학생 코딩 교육' 등 ICT 기술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와 인프라 접근성 강화를 기반으로 고객 행복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조8874억 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4563억 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 원 등 모두 9조5197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측정됐다. 박현 SK하이닉스는 상무는 "기술 혁신과 공정 개선을 통해 기존 대비 1145억 원의 환경 비용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며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내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허브를 구축하고, 반도체 BP사들과 연합체를 조성해 환경 목표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혁신을 촉진해 환경 분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SK그룹이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쏟게 된 이유는 기업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갈수록 친환경적이고 윤리적 기준이 높은 브랜드를 선호하면서 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이익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적 가치 위원장은 "모든 구성 요소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기업도 절대 홀로 생존할 수 없다"며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어야 한다는 게 SK그룹의 목표다. 이를 위해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부분도 고려하고, 이를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이날 공개한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더욱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룹은 측정 체계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을 '사회적 가치 창출 확산'으로 잡고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국내 공기업과 성과측정체계 개발을 협력하고 있다.
SK그룹은 유럽, 미국 등 약 13개 다국적 기업들과 협력해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의 글로벌 표준화 작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한, SK그룹은 해결하고자 하는 핵심 사회문제와 중점 추진 과제가 도출되면 별도로 사회와 소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형희 위원장은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아직 비어 있는 부분이 많다. 아직 계산이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며 "그러한 부분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SK그룹의 숙제다. 나아가 측정 체계를 전파해 사회, 다른 기업 등과 공동의 목표를 설정, 공동의 노력을 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