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 발표…예상대로 LG·한진·두산 동일인 변경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019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는 지난 1년 동안 기존 재벌 그룹 총수의 사망이나 경영 은퇴 등 변수가 많아 새로운 얼굴이 부각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특히 몇몇 그룹의 서열이 뒤바뀔 수 있다고 관측되면서 발표 직전까지 결과를 놓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룹 총수를 뜻하는 동일인은 'LG·한진·두산'이 변경됐다. 다만 국내 5대 그룹 내 재계 서열의 변동은 없었다. 대신 재계 서열 '톱10' 내에서 한화그룹이 GS그룹을 제치고 8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공정위는 15일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인 59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자산 총액 10조 원 이상인 34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전년(60개) 대비 1개 감소했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전년(32개) 대비 2개 늘었다. 신규 지정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카카오와 HDC 등이다.
◆ 구광모·조원태·박정원 들어가고 정의선은 빠지고
이와 함께 공정위는 이날 3개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 전체의 지배주주이면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람, 곧 총수를 말한다. 동일인은 해당 기업집단의 소속회사 범위를 정하는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매년 5월에 이뤄지는 대기업집단 지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정량조건(주식지분율)과 정성조건(지배력 영향력)을 따져 동일인을 지정한다.
새롭게 동일인이 변경된 그룹은 LG와 한진, 그리고 두산이다. 이러한 결과는 발표 한참 전부터 예상됐다. 기존 동일인이었던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새롭게 총수를 지정을 해야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정부가 인정하는 새로운 총수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국내 주요 그룹 총수가 40~50대로 빠르게 세대교체되는 형국이다. 지난해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각 이건희 삼성 회장과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을 대신해 총수 반열에 오른 바 있다. 공정위는 "동일인의 변경이 대거 이뤄지면서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상 세대변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앞서 일각에서는 기존 동일인인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맡고 있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새로운 총수로 공정위가 직권을 통해 지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 톱5 재계 서열 변동 없어…삼성 1위 굳건, 한화 7위 진전
올해 동일인은 대거 변경됐지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였던 국내 5대 그룹 내 재계 서열 변화는 없었다. 당초 재계는 반도체 특수를 누린 SK하이닉스를 앞세워 10조 원에 가까운 자산을 늘린 SK그룹이 현대차를 누르고 14년 만에 재계 2위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SK그룹의 자산 총액은 218조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약 223조5000억 원이다. 지난해 기준 SK그룹과 현대차의 자산 규모는 각각 189조5000억 원, 222억7000억 원 수준이었다. 격차는 줄어들었다. 사업 추진 현황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언제든 2개 그룹의 순위가 뒤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재계 판단이다.
격차가 크지 않은 4위 LG그룹과 5위 롯데그룹의 순위도 바뀌지 않았다. LG그룹은 지난해(123조1000억 원)보다 오른 129조6000억 원의 자산을 기록했다. 롯데그룹의 자산 총액은 지난해(116조2000억 원)보다 소폭 줄어든 115조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0대 그룹 중에서 유일하게 한화그룹과 GS그룹의 순위가 바뀌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61조3000억 원)보다 오른 65조6000억 원의 자산 총액으로 65조 원에서 62조9000억 원으로 줄어든 GS그룹을 대신해 재계 서열 7위 자리를 꿰찼다. 재계 서열 1위 자리는 삼성이 지난해(399조5000억 원)보다 오른 414조50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며 굳건히 지켰다.
◆ 신규 지정 HDC 약진 눈길…5대 그룹 자산 쏠림 여전
이외에도 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HDC(46위→33위)의 약진이 눈길을 끌었다. HDC는 금융·투자, 부동산 개발, 사회간접자본, 기술·첨단소재,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동일인은 현대가인 정몽규 회장이다. 그는 현대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으로 넘어갈 당시 아버지 정세영 회장과 함께 현대차를 떠나 현대산업개발로 옮겼다.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HDC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1년 동안 대기업집단의 재무상태는 개선됐으나, 자산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상위 5개 집단이 기업집단 전체(59개) 자산의 54%, 매출액의 57.1%, 당기순이익의 72.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8년 기준 상위 5개 집단 비중은 자산 53%, 매출액 56.7%, 당기순이익 67.2% 수준이었다. 상위 집단으로의 자산 쏠림 현상 및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또한 자산 대비 경영성과(매출액·당기순이익)도 상위 집단일수록 높게 나타나 상·하위 집단 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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