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수입맥주 점유율 잡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 마련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초여름과 같은 기온 상승으로 주류업계가 분주해지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주세법 개정 등 주류업계 지각 변동도 예고되고 있어 주류업계는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수입맥주의 인기를 바짝 추격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맛을 앞세운 수입맥주가 국내 시장을 잠식했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이 4%대에서 20%대로 급증했으며, 2019년에는 30%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국산맥주 출고량은 2014년 205만5761㎘에서 2017년 182만3899㎘으로 급감했다. 더욱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맥주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3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맥주가 수입맥주 앞에 맥을 못 추는 현상이 지속되자 주요 기업들은 다양한 자구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먼저 맥주업계 1위의 수성을 지키고 있는 오비맥주는 수입 맥주 수요로 인한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액 1조6981억 원, 영업이익 514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1%, 4.1%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최초로 30%를 넘겼다. 그러나 주력 제품인 카스의 출고량은 AB인베브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오비맥주 실적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핵심성장동력인 국산 맥주와 카스는 역성장을 기록했다"며 "국산맥주 시장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맥주시장 위기감을 감지한 오비맥주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향후 3년간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수입 맥주의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카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비맥주의 이번 투자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오비맥주는 맥주 소비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경기 이천공장에 크래프트 맥주(수제맥주) 생산라인을 신설하는 등 3년간 신제품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확충에 약 3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특히 갈수록 다양화, 고급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구스아일랜드'와 '핸드앤몰트' 등 기존 크래프트 맥주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대표 브랜드인 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4000억 원을 투입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성장 동력을 가속화하기 위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로 했다"며 "카스 맥주의 품질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영업력 및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테라'를 출시하며, 국내산 맥주의 위상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테라 출시 당시 '대한민국 맥주의 자존심을 걸고'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테라는 기존 맥주와 완전히 차별화된 원료와 공법을 적용해 만들었다. 라틴어로 흙·대지·지구를 뜻하는 테라는 전세계 공기지 1위에 오른 호주에서도 청정지역인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만 100% 사용하고, 발효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리얼탄산만 100% 담았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의 올해 목표 점유율은 두 자릿수이다. 이는 약 2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수입맥주를 염두해둔 것으로 보인다. 기존 레귤러 맥주들의 점유율을 빼앗아 두 자릿수 점유율을 채우기엔 역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재 하이트진로의 경쟁사가 수입·판매하는 수입맥주의 숨은 점유율까지 확보하면 목표한 두 자릿수 점유율 달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테라는 기존 국산맥주의 틀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시각적으로 테라의 녹색병은 '국산맥주'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이색적이며, 병 어깨에 토네이도 양음각을 새겨 신선함을 더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모든 부분을 완전히 차별화했다"며 "특히, 네이밍과 브랜드 라벨 또한 세련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게 고심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연구·개발비를 비롯해 마케팅 등 판관비에 최소 1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전주공장은 신제품인 테라의 생산전진 기지로 전환해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결정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청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통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겠다"며 "6년 만의 신제품 출시를 통해 어렵고 힘들었던 맥주사업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고 말했다.
롯데주류는 기존 브랜드에 더욱 집중해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수입맥주 라인 강화를 통해 신제품 자리를 보강할 방침이다.
롯데주류는 지난 3월부터 체코 프라하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맥주 '스타로프라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맥주업체 몰슨쿠어스 인터내셔널과 계약을 맺고 수입맥주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밀러 라이트·쿠어스 라이트·블루문 등 수입맥주 5종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수입 맥주 라인업을 구축해 수입맥주의 판로를 늘려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수입맥주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맛의 맥주를 선보이기 위해 여러 수입맥주를 내놓으며 포트폴리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업계는 롯데칠성이 외국 맥주 OEM(주문자위탁생산)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 판매 비중이 높은 모든 외국 주류 회사가 잠재적 발주처로, 수주에 성공할 경우 공장 가동률이 의미있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