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총수 지정·재계 서열 조정 15일로 또 연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초읽기에 들어갔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 발표가 또 한 번 연기됐다. 재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대기업 총수 및 그룹 서열 변동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이달 중순으로 다시 미뤄졌다는 말이다.
공정위는 오는 10일로 예정했던 2019년 공시 대상(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기업 집단 지정 일자를 15일로 연기한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한진이 고(故) 조양호 회장 작고 후 차기 동일인(총수)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10일로 한 차례 연기했다가 한진의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 제출이 지속 지연되면서 발표일을 또 한 번 바꾼 것이다.
이로써 재계의 시선 역시 이달 15일로 다시 옮겨가게 됐다. 재계가 해당 발표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동일인이 대기업 집단을 규정하고 시장지배력 남용,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동일인을 기준으로 친족·비영리 법인·계열사·임원 등 관련자의 범위도 결정된다.
특히 올해는 내용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돼 주목도가 더욱더 높았다. 그룹 총수의 별세 또는 경영 퇴진 등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발생한 변수에 따라 한진그룹 외에도 LG그룹, 두산그룹 동일인에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LG그룹의 경우 부친 고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자 지난해 6월 지주사인 LG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해 경영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된다. 두산그룹도 기존 동일인이었던 박용곤 명예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박정원 회장이 신규 동일인 명단에 오를 예정이다.
재계는 이번 공정위 동일인 지정의 키워드로 40~50대 젊은 총수로의 '세대교체'를 꼽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부터 도드라지고 있다. 지난해 동일인 지정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각 이건희 삼성 회장과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을 대신해 총수 반열에 올랐다.
올해는 동일인뿐만 아니라 재계 순위에도 변동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먼저 SK그룹의 재계 2위 등극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SK그룹은 지난해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자산을 크게 늘렸다. 반면 기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은 대다수 계열사가 실적 부진에 빠지며 자산 변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삼성과 현대차가 15년 동안 이어온 '양강 구도'가 깨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만약 예상이 현실화된다면 SK그룹은 사상 처음으로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서는 셈이다. 현재 5위인 롯데그룹이 4위인 LG그룹을 밀어낼 수 있을지도 재계 관심사다.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는 대기업 집단 지정 발표가 재차 연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번 발표일을 15일로 연기하면서 더는 미뤄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정위는 "한진이 자료를 제출해 지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지정 일자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직권으로 동일인 지정 여부를 검토해 그 결과를 지정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