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vs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 예정된 수순?

LG화학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영업 비밀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배터리 업계 "소송 장기화 되면 국내 배터리업계 손실 불가피"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법적 분쟁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과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출신 인력을 채용하며 계획적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LG화학의 주장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전면 반박하며 법적 절차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 비밀 침해로 제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현지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가 소재한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는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ITC에는 SK이노베이션의 현지 수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LG화학은 과거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과 관련된 경력 채용을 진행할 때 입사 지원자들의 서류에 LG화학의 주요 배터리 사업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 리더,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의 실명 등을 기술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으로 건너간 직원들이 이직 직전 LG화학의 사내정보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한 것을 근거로 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제소는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며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의 날선 비판을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하면서 불거질 국익 훼손은 유감이다"며 "LG화학에서 제기한 이슈들을 명확하게 파악해 필요한 법적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품력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윈-윈(WIN-WIN)에 기반한 공정경쟁을 통해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도 확실히 말씀드린다"며 "이는 자동차 산업 글로벌 리더들의 SK 배터리 선택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이 사업 관련 법정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각 사 제공

◆ 배터리 소송전은 예고된 법적 분쟁?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양 사의 법적 분쟁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 배터리사업에서 선두주자격인 LG화학과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단순 시장 경쟁을 넘어선 소송전 돌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소재 관련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소재 안전성강화 기술인 세라믹 코팅 분리막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했고 SK이노베이션도 응수했다. 그러나 3년에 걸친 LG화학의 주장은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양 사는 모두 소송을 취하했다.

이후 LG화학은 2017년 12월 SK이노베이션으로 둥지를 옮긴 직원 5명을 대상으로 대전지방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해 10월 SK이노베이션에 전지 사업 핵심 기술의 유출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골자로 한 공문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LG화학은 올해 1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해당 직원들이 2년 전직 금지라는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SK이노베이션이 2년에 걸쳐 자사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R&D)·생산·품질관리·구매·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며 2017년 10월과 같은 내용의 공문을 SK이노베이션에 또다시 발송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ITC 및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소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양 사의 소송전이 장기화할 조짐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선두주자인 LG화학은 지난달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AESC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16위에 그치지만 성장세가 뚜렷하다. 삼성SDI는 7위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SK이노베이션도 시장 안착을 위해 자회사를 분할 등 사업구조를 변경하거나 전기차제조업체와 협약을 맺고 중국과 미국에 빠른 속도로 공정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서 양 사의 분쟁이 길어진다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이미지 손실과 더불어 중국·일본의 배터리업체와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제소는 ITC가 내달중으로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 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사개시 여부와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법적 대응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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