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 불명' 내사 종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대규모 '통신 대란'을 불러온 KT 아현지사 화재의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발화 원인을 규명할 수 없어 사건을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KT 아현지사 화재 발생 이후 수사관 13명 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려 5개월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최초 신고자와 KT 관계자 등 20여 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지만,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형사처벌 대상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9시간가량 지속된 화재로 통신구 내부가 심하게 훼손돼 구체적 발화 지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경찰은 통신구에서 케이블 관련 작업이 벌어질 때 담당 부서 관계자가 동행해 참관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일부 직원의 근무 태만을 발견했다.
경찰은 "화재로 인한 책임을 물으려면 화재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며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 부실 등 근무 태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찰 조사에서 C등급 시설인 아현지사가 D등급으로 자체 관리된 점도 밝혀졌다. 지하 통신구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고, 스프링쿨러 등 소화 시설이 미비한 점도 발견됐다.
경찰은 내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KT 아현지사 화재의 자체 추산 물적 피해 규모는 469억 원이다. 화재 당시 서울 서부지역 일대 통신 마비로 KT 휴대전화와 인터넷뿐 아니라 카드 결제 장애가 발생해 주문 영업을 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컸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원인 규명을 위한 KT 아현지사 화재 청문회가 열렸지만, 여야 간 정쟁이 반복되며 별 소득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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