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정부와 '2인3각' "비메모리·수소차 제대로 키운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를 3대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택한 정부가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분야 지원 및 육성에 팔을 걷어 붙였다. /더팩트 DB

'비메모리·수소차' 정부 '밀고' 삼성·현대차 '끌고'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정부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핵심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비메모리 반도체', '수소차' 분야 지원·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수출과 취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가 연일 뒷걸음질 치며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지자 대기업이 사활을 건 미래 사업 육성 정책에 힘을 실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30일 국내 산업 생태계 강화 및 인력 양성 등을 골자로 한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한다. 특히, 이날은 삼성전자가 화성사업장에서 세계 최초로 7나노 공정으로 양산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출하식을 진행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수뇌부와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대한 '큰 틀'의 지원 방안을, 삼성은 구체적인 투자 로드맵을 제시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정부의 미래 사업 육성 정책 기조에 발맞춰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 전문인력 1만5000명 채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 전문인력 1만5000명 채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제공

정부와 삼성전자 간 뚜렷한 '공감대'가 형성된 데는 반도체 분야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막중한 비중과 비메모리 분야의 성장 잠재력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1분기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전체의 17.5%다. 이는 2위인 일반 기계(9.7%)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러나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데다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65%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여전히 한자리수 점유율에 그치고 있어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 전체 이익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 가격 내림세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제고는 삼성전자에 반드시 필요하다, 수출 증가가 절실한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며 "각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정부와 삼성의 '2인 3각' 협력 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정부와 공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수소차)를 3대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공언한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이어 이달 초 '수소경제 표준화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올해 들어 해당 분야에 대한 육성·지원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현대차 역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분야에 '통 큰' 투자에 나서며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실제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FCEV 비전'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모두 7조6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50만 대 규모의 친환경차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를 잇달아 만나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개발 계획과 이와 연계한 중견·중소기업과 상생, 일자리 창출 등에 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올해 초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을 취임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 에너지'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정 국제무대에서도 연일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이 지난 1월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자율주행 수소전기차를 시승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정부에서도 수소전기차 인프라 조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원을 약속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현대차 전주공장을 찾아 현대차에서 생산한 수소전기버스를 직접 시승하고, 회사 관계자들과 만나 수소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총리는 이날 현장 방문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소차, 수소 건설장비 등의 보급이 생각보다 빠르다. 체계적 지원을 위해 수소경제기본법안을 국회가 빨리 처리해 주시길 바란다"며 정부 차원의 활발한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선택한 분야는 주력 사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들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투자하는 미래 신사업이 정부가 '경제 살리기' 정책 최우선 가치로 삼은 '수출 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 한다"며 "정부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각 기업의 미래 신사업 추진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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